최근 갑자기 급증…물·식량·위생시설 부족 열악한 상황
텍사스 주지사는 '국경검문소 폐쇄' 명령…"새로운 국경위기"
미 텍사스 국경에 아이티 이주자 8천명 '난민촌' 형성

아이티 출신 이민자 수천 명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거대한 난민촌'을 형성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현재 이민자 수천 명이 미국 텍사스주(州) 델리오와 멕시코 시우다드아쿠냐를 연결하는 다리 아래에서 노숙하며 미국에 들어갈 수 있길 기다리는 상황이다.

다리 아래를 지나는 리오그란데강 수심이 어른 무릎 높이로 비교적 얕아 이곳으로 이민자가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폭스뉴스는 당국자를 인용해 다리 아래 노숙하는 이민자가 이날 오전 8천200여명으로 하루 새 두 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폭스뉴스에 "통제 불능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숙하는 이민자가 더 늘 것으로 전망되는데 얼마나 늘진 미지수다.

현재 노숙하는 이민자는 대부분 아이티 출신이고 쿠바나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지에서 온 이들이 일부 섞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2010년 아이티 대지진 이후 브라질 등 남미로 이주한 아이티인을 다수 포함해 (미국으로) 북상해온 대규모 아이티인 무리 일부가 이번에 델리오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민자들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낮기온이 37도까지 오르는데 대부분이 햇볕을 가릴만한 텐트 등이 없다.

물과 식량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마실 물 등을 지원하곤 있지만, 이민자 수에 견줘 부족해서 많은 이민자가 리오그란데강을 다시 도강해 멕시코로 건너가 생필품을 구한 뒤 돌아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생시설은 이동식 화장실 20개가 사실상 전부로 알려졌다.

미 텍사스 국경에 아이티 이주자 8천명 '난민촌' 형성

CBP는 이날 성명에서 "현재 (국경에 온) 이민자들을 처리하고 안전하고 인도적이며 질서 있는 절차를 촉진하기 위해 델리오에 인력을 증원하고 국토안보부 등 관계기관과 협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델리오 다리 아래는 이민자들이 국경경비대 구금시설로 넘어가기 전 임시대기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 이민자가 국경에서 붙잡혀 구금된 뒤 법원 출석기일만 통보받고 풀려나기 때문에 '구금'은 사실상 '입국 첫 단계'에 해당한다.

다만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이날 텍사스주 공공안전부와 주방위군에 국경검문소 6곳을 폐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애벗 주지사는 CBP가 텍사스주에 도움을 요청했다면서 "텍사스주는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국경을 지키고 미국인을 보호하는 데 계속 헌신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CBP 상급기관인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CNN방송에 "검문소 폐쇄를 위해 텍사스주에 지원을 요청한 바 없고 텍사스 주방위군이 독단적으로 검문소를 닫는다면 연방법에 어긋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남미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크게 타격받고 올해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유화적 이민정책을 펼치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이민자가 크게 늘었다.

CBP에 따르면 지난달 남서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가 붙잡힌 사람은 20만8천887명으로 작년(5만14명)보다는 4배, 재작년(6만2천707명)에 견줘선 3배 늘었다.

WP는 "불법월경자가 20년 내 최고치를 기록하고 국토안보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시킨 아프간인 6만명 재정착에 진력하는 상황에서 델리오 이민자 급증사태는 바이든 행정부에 새로운 '국경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 짚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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