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아메리칸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쳤던 바하르 잘랄리 전 교수/사진=잘랄리 전 교수 트위터

아프간 아메리칸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쳤던 바하르 잘랄리 전 교수/사진=잘랄리 전 교수 트위터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 재집권 후 강요되는 억압된 복장 규정에 항의하기 위해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최근 트위터에는 #DoNotTouchMyClothes(내 옷에 손대지 마) #AfghanistanCulture(아프간문화)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아프간 여성들이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은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BBC 등 외신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 재집권 후 히잡(머리를 싸서 가슴까지 가리는 두건) 등을 착용하라는 압박에 맞서 형형색색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는 저항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작은 아프간 아메리칸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쳤던 바하르 잘랄리 전 교수가 주도했다. 잘랄리 전 교수는 지난 12일 친탈레반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의 사진을 올리며 "아프간 역사상 이런 옷을 입은 여성은 없었다"며 "이것은 아프간 문화와는 완전히 이질적"이라고 적었다.
탈레반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사진=EPA

탈레반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사진=EPA

지난 11일 카불의 한 대학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아프간 여성 수백 명은 눈까지 다 가리는 검은색 부르카나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니깝만 입고 있었다. 이들은 미군이 있을 때 오히려 외모지상주의로 여성인권이 후퇴했다며 "우리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와 대립하는 여성의 권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잘랄리 전 교수는 이에 대항하면서 "탈레반의 선전으로 왜곡되고 있는 아프간 전통 의상을 알리기 위해 내 사진을 올린다"면서 초록색 원단에 화려한 무늬로 장식된 드레스를 입고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잘랄리 전 교수는 "이것이 아프간 문화"라면서 참여를 촉구했다.

이후 아프간 여성들이 해당 해시태그와 함께 화려한 색상의 전통 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것. 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전통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게재했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인권 운동가로 활동 중인 아프간 출신 스포즈마이 마시드/사진=마시드 트위터

미국 버지니아에서 인권 운동가로 활동 중인 아프간 출신 스포즈마이 마시드/사진=마시드 트위터

미국 버지니아에서 인권 운동가로 활동 중인 아프간 출신 스포즈마이 마시드도 빨간 천에 파랑, 노랑의 화려한 수가 놓인 전통 의상을 입은 사진을 게재하면서 "이것이 아프간 전통 드레스다"며 "아프간 여성들은 다채로우면서 소박한 옷을 입는다. 검은색 부르카는 아프간 문화가 아니다"고 지지했다.

아프간 출신 방송인 셀셀라 이맘자다 역시 전통 의상을 입은 사진을 공개한 후 "이것이 우리의 문화"라며 "내 옷차림에 손대지 마라"고 적었다.

캠페인에 참여한 여성들 모두 "부르카는 우리 전통 의상이 아니며 우리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면서 "얼굴을 드러낸 아름다운 의상이 바로 우리의 전통의상"이라고 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에서 여성들의 탄압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탈레반은 앞서 여대생은 눈만 드러내는 니캅을 쓰고 학교에 와야 하며 남성과 여성은 따로 교육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히잡을 쓰면 된다"고 말을 바꿨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지침은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여성들의 스포츠 경기 출전도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스포츠 경기 도중 얼굴과 몸이 노출될 수 있다"면서 여성들의 스포츠를 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자리 역시 여성 차별 정책이 예고됐다. 탈레반 측은 지난 13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샤리아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있을 수 없다"면서 "여성과 남성은 같이 일할 수 없고, 그들(여성)이 우리 사무실에 와 정부 부처에서 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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