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식시장이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사임하면서 새로 들어설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14일 일본 도쿄증시 대표지수인 토픽스지수와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모두 고점을 갈아치웠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를 반영하는 토픽스지수는 이날 21.16포인트(1.01%) 뛰면서 31년 만의 최고 수준인 2,118.87로 마감됐다. 전체 시가총액도 약 778조엔(8290조원)으로 불어나 3거래일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일본 경제 버블기 이후 장기 하락세로 돌아선 닛케이225도 이날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32년 전의 버블 시기에 찍었던 사상 최고치로 점점 다가서고 있는 셈이다. 닛케이225는 버블기인 1989년 12월 29일 종가 기준 38,915.87(장중 38,957.4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장기 하락세로 돌아섰었다. 하지만 스가 총리가 퇴진 의사를 천명한 날을 전후로 확연한 상승 추세로 자리 잡았다. 이날 닛케이225는 30,670.10으로 장을 마쳤다.

이 같은 상승세의 배경으로는 스가 총리의 사임이 꼽힌다. 지난 3일 스가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총리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일본 주식 시장의 훈풍이 불었다. 스가 총리의 퇴진 표명 이후부터 14일까지 8거래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주가가 상승했다. 새롭게 출범할 정권이 내놓을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완화된 것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백신 접종률이 늘어남에 따라 경기회복 기대감이 작동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이날 현재 2차례 백신 접종을 마친 인구 비율이 51.5%를 기록했다. 신규 확진자는 4171명을 기록해 49일 만에 가장 적게 발생했다.

교도통신은 대형 증권사 관계자를 인용해 유럽이나 미국 주식과 비교해 코로나19 때문에 상승에서 뒤처진 감이 있던 일본 주식으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닛케이225가 버블 붕괴 이전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식시장은 경제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시장 동향을 주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