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이 SNS로 공격하고 우익 정치인 압박성 질의 반복
사교육에 '정부 시각 따르라' 압력…"표현·사상 자유 위협"
日유명입시학원 교재서 독도 강제 편입·난징대학살 삭제
일본의 한 유명 입시학원이 일제의 독도 강제 편입과 난징(南京) 대학살에 관한 내용을 교재에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일본 누리꾼의 공격과 정치권에 사설 학원까지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역사 인식을 추종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 각지에서 중고생을 상대로 교육 사업을 하는 대형 입시학원 '슨다이(駿台) 예비학교'는 일본사 교재에서 일본이 1905년 독도를 자국 행정 구역에 편입한 것과 중일 전쟁 중 벌어진 난징대학살에 관한 내용 일부를 삭제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슨다이는 '일본사 근대Ⅰ'에 등장하는 '러일전쟁 중에 일본은 독도를 영토로 편입해 기정사실화하고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라고 명명했다'는 설명을 삭제했다.

日유명입시학원 교재서 독도 강제 편입·난징대학살 삭제
또 '일본사 근대Ⅱ'의 난징 학살에 관한 대목에서 '중국 민중·투항병(兵)·포로의 학살은 십수만 명 이상'이라는 부분을 지웠다.

이들 교재는 슨다이의 강사 등이 입시 경향이나 교과서 내용을 토대로 약 20년 전부터 매년 개정해 온 것이며 문과 계열 고교 졸업생을 상대로 주요 사용된다.

슨다이가 독도와 난징 학살에 관한 기술을 삭제한 것에는 우익 성향의 일본 정치인 측의 연락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교재에 실린 독도 관련 설명 사진이 지난달 29일 트위터에서 나돌았고 이후 교재 내용에 대한 비난이 쇄도해 학원 측이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었다.

그런데 같은 달 31일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자민당 중의원 의원 사무실에서 '트위터에서 지적된 것과 같은 기술이 교재에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전화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학원 측은 밝혔다.

결국 슨다이는 "여러 지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삭제를 결정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울러 해당 교재를 사용하는 각지의 계열 학원에 삭제한 곳이 어딘지 연락했으며 야마다 의원실 측에도 삭제 사실을 알렸다.

학원 측은 야마다 의원 사무실이 삭제나 정정 요구를 하지 않았으며 교재 내용에 대한 비판적인 트윗이 많았기 때문에 이를 심각해 받아들여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학교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는 정부의 공식 견해가 있는 경우 이를 토대로 기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사설 학원까지 이에 맞춰 갑자기 교재를 수정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독도가 "역사적 사실에서나 국제법상으로나 명백하게 일본 고유 영토"이며 "한국 측은 일본이 다케시마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영유권을 재확립한 1905년보다 전에 한국이 그 섬을 실효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日유명입시학원 교재서 독도 강제 편입·난징대학살 삭제
난징 학살에 관해서는 "일본군의 난징 입성 후 비전투원 살해나 약탈 등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 수는 여러 설이 있으면 정부로서는 어느 것이 정확한지 인정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야마다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을 일본 정부가 사과한 고노 담화 검증을 요구해 일본의 전시 성폭력 책임에 물타기 하는데 앞장선 인물이다.

히로다 데루유키(廣田照幸) 니혼(日本)대학 교수(교육사회학)는 예비학교의 경우 "공교육의 틀 밖에 있으며 학습지도요령이나 검정 교과서와 다른 교육을 해도 지장이 없다"면서 이번 삭제는 "인터넷상의 공격·비판에 과도하게 동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야마다 의원실이 슨다이에 연락해 직접적으로 삭제·수정을 요구하지 않았더라도 학원 입장에서는 "무형의 압력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공교육 바깥에서도 이번과 같은 동조가 확산하면 표현의 자유나 사상 신조의 자유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