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연임 포기를 계기로 일본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아베노믹스 이후 외국인들의 일본 증시 투자액이 최대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의 1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서 1조4000억엔(약 15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스가 총리의 연임 포기 선언 이후 외국인들의 일본 증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가 총리는 지난 3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 총리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스가 총리의 발표 당일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2.05% 상승 마감했고 토픽스지수는 1991년 4월 이후 30여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가의 후임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스가의 퇴진 선언이 있었던 이달 첫주에 외국인들은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한 일본기업 주식 3636억엔어치를 순매수했다.

시장에서는 올해가 2017년 이후 4년 만에 외국인이 일본 증시를 연간 순매수하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외국인은 일본 증시를 연간 순매도해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외국인의 연간 순매수액이 14조7000억엔을 기록했던 2013년 이후 최대 외국인 순유입액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본 증시 거래 중 3분의 2 가량이 외국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일본 증시와 외국인 투자액의 상관관계가 높은 편이다. 백신 접종률 상승, 경기 회복 기대 등도 일본 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 투자회사 베일리 기포드의 프라빈 쿠마르 매니저는 일본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 수준이지만 토픽스의 PER은 15배에 그친다. 쿠마르 매니저는 중국과 같은 강력한 규제 가능성이 없는 점, 자동화 등 세계 공급망 변화에서 일본 기업들의 역할 증대 등이 일본 증시에 투자할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지목했다. UBS자산운용의 이바야시 도루 일본주식 리서치 대표는 올해 외국인의 일본 증시 순매수(선물 등 파생상품 포함) 규모가 3조엔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사카가미 료타 JP모간 일본주식 수석전략가는 “외국인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일본 주식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강세장을 예견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