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테러에 전 세계 충격…美, 테러와의 전쟁 선포
아프간·이라크 침공했지만 오히려 극단주의 세력 확산 기회
[9·11 테러 20년] ① 무너진 자존심…끝나지 않는 전쟁의 시작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구름 한 점 찾을 수 없는 쾌청한 화요일이었다.

갑자기 맨해튼 남단의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건물에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아메리칸 에어라인 소속 여객기가 북쪽 건물에 충돌한 시간은 오전 8시46분. 테러범 5명을 포함해 승객과 승무원 92명이 탑승한 보잉 767기였다.

17분 후에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여객기가 WTC 남쪽 건물에 부딪혔다.

시속 950㎞의 속도로 날아든 보잉 767기의 위력에 남쪽 건물은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리고 쌍둥이 빌딩 중 남은 한쪽인 북쪽 건물도 검은 연기를 쏟아내며 붕괴했다.

당시 110층 높이의 쌍둥이 빌딩에 입주한 기업과 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추산된 인원은 6만 명. 붕괴 현장에선 구조에 나선 소방관과 경찰관을 포함해 2천753명이 사망했다.

[9·11 테러 20년] ① 무너진 자존심…끝나지 않는 전쟁의 시작
그리고 비슷한 시간에 2대의 항공기가 추가로 납치됐다.

워싱턴DC 연방의회 건물을 노렸던 항공기는 도중 추락했지만, 나머지 1대는 버지니아주(州)의 국방부 건물에 충돌해 184명의 사망자를 냈다.

뉴욕 맨해튼의 상징으로 불렸던 쌍둥이 빌딩 붕괴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고, 시청자들은 미국 영토에서 발생한 동시다발적인 테러에 경악했다.

미국은 테러의 배후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알카에다를 이끄는 오사마 빈라덴을 지목했다.

그리고 빈라덴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 신병인도를 요구했다.

탈레반이 요구를 거절하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가장 단호한 응징법을 선택했다.

[9·11 테러 20년] ① 무너진 자존심…끝나지 않는 전쟁의 시작
미국의 전쟁 선포 후 두 달만인 같은 해 12월 탈레반은 패퇴하고, 아프간에는 과도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은 시작에 불과했다.

미국의 다음 표적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었다.

대량살상무기(WMD)가 존재한다는 정보를 근거로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다.

핵이나 생화학무기 등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가 테러집단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에 비춰볼 때 이라크 침공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침공 2주 만에 후세인 정권이 붕괴했지만, 대량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치안이 무너진 이라크의 국내 상황은 테러집단이 세력을 불리는 데 도움을 줬다.

[9·11 테러 20년] ① 무너진 자존심…끝나지 않는 전쟁의 시작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2014년 칼리프 국가 설립을 선언한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가 대표적이다.

IS는 이라크전 종전을 공약으로 내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2010년 병력을 철수하자 힘의 공백을 틈타 급부상했다.

아프간의 상황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

미국은 9·11 테러 발생 10년만인 2011년 파키스탄에서 빈라덴을 사살했지만,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군에 맞서 내전을 이어갔다.

미국 입장에선 아프간과 이라크라는 두 개의 전선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최근 미국 브라운대학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9·11 테러 이후 20년간 테러와의 전쟁에 들어간 돈은 8조 달러(한화 약 9천256조 원)에 달한다.

미군에서 7천52명의 희생자가 나왔고, 아프간과 이라크 등지에선 30만 명이 전투 중 숨졌다.

민간인 희생자는 36만~3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9·11 테러 20년] ① 무너진 자존심…끝나지 않는 전쟁의 시작
이처럼 천문학적인 자원이 사용되면서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악화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 전쟁을 '영원한 전쟁'이라고 표현하면서 철군의 정당성을 주장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미국의 아프간 철군에도 불구하고 20년 전에 시작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중동지역의 혼란이 이어지는 한 극단주의 세력은 끈질기게 생존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의 칼끝은 여전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