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중국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의 주식을 대규모로 팔아치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잇단 기업 규제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달 헤지펀드들이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 비중을 26%가량 줄였다”고 보도했다. 투자 비중은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너럴모터스(GM), 라스베이거스샌즈 등을 꼽았다. 지난해 GM의 중국에 대한 자동차 판매 의존도는 42%에 달한다. 총 판매량 683만 대 가운데 290만 대가 중국에서 팔렸다. 미국 판매량(260만 대)보다도 많았다. 라스베이거스샌즈도 영업이익의 55% 이상이 중국 마카오에서 나온다. 영업이익에서 미국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부품과 원자재 등을 많이 들여오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헤지펀드의 주식 투자 비중도 지난달 17% 줄었다. 중국 당국의 규제로 공급에 차질을 빚을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기업이 애플이다. 지난 6월 애플 발표에 따르면 전체 공급사 200곳 가운데 생산 지역 기준으로 중국에 있는 업체가 156곳에 달했다.

헤지펀드들이 중국 관련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를 줄이는 것은 중국 당국의 규제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경기 침체와 규제 전망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헤지펀드들은 중국 노출도를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며 “중국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 주식을 매각하고 있고, 공매도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투자자문사 인디펜던트어드바이저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성장 둔화와 규제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논리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관련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가 줄면서 미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미국 빅테크 주식들에 돈이 몰리면서 지난 2일 S&P500지수는 올 들어 54번째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런쯔웨이 펜뮤추얼 매니저는 “미국은 법에 기반한 사회이기 때문에 규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 규제에 노출된 기업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