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증권사 노무라증권이 흡연을 위한 휴식시간을 사실상 금지하기로 하면서 비흡연자와 흡연자 간 논쟁이 불거졌다. 일본 정부가 건강증진법 개정을 통해 지난해 4월부터 실내흡연을 전면 금지시켰는데,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은 최근 내부메모를 통해 "근무시간 중 직원들의 흡연 휴식시간을 되도록 삼가달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인 사원들(전체 사원의 50%가량)에게도 근무시간 중 금연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3월 기준 사내 20%에 달했던 흡연자 비중을 2025년까지 12%로 떨어뜨리겠다는 방침이다.

노무라증권의 새 방침에는 구체적으로 '근무시간 중 담배를 태운 직원들은 흡연 후 45분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지 말 것'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불쾌한 냄새와 잔여 연기로 인한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10분 남짓의 흡연시간을 사실상 금지하겠다는 것으로, 흡연자인 직원들은 근무시간 대신 점심시간에만 흡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노무라증권 측은 더 나아가 10월부터 건물 내 흡연실을 폐쇄하겠다고도 밝혔다. 일본 도쿄 등 주요 도시들은 도로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흡연자 직원들은 더이상 담배를 태울 공간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사측은 이같은 조치가 직원 건강 및 직장 환경 개선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공식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규칙 위반자에 대한 제재 등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흡연자인 직원들은 규칙적인 흡연 휴식시간 문화가 정착되어가는 와중에 이를 바꾸려는 경영진의 시도에 분개하고 나섰다. 흡연권을 박탈하는 '침해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또 사내 투자은행 부문에서는 이번 금연 조치가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재팬토바코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FT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한 것으로 악명높은 증권업계에서 담배를 금지했다는 건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면서 "흡연시간은 짧지만 누적될 경우 비흡연자들은 누리지 못하는 '유급' 휴식시간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흡연으로 인한 유급 휴식시간을 놓고 논쟁이 계속됐다. 지난 2017년에는 도쿄의 한 마케팅 회사가 비흡연자 직원들에게 정규 휴가 외에 6일간의 보상 휴가를 더 주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해당 기업은 "직원 한 명이 담배를 한 번 피우고 오는 데 평균 15분이 걸리고 하루에 네 번씩 담배를 피운다고 본다면 흡연자인 직원이 비흡연자인 직원보다 한 시간 더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상 휴가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