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연임되면 '매파' 전향?…채권왕 "금리 1년 내 2%"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는 0.37%, S&P500 지수는 0.28% 상승했고 나스닥은 0.14% 올랐습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습니다.

아침부터 좋은 경제 지표가 나와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줬습니다. 전주(~8월 28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직전 주보다 1만4000명 감소한 34만 명으로 집계되어 팬데믹 이후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이전 주의 35만3000명, 예상치 34만5000명보다 더 적었고 고용 개선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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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민간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가 집계한 8월 기업 감원 계획은 전월보다 17% 감소한 1만5723명으로 1997년 6월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적었습니다.

전날 나온 ADP 민간고용 등 좋지 않았던 수치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렇다고 내일 아침 발표될 8월 신규고용 수치가 테이퍼링을 부를 만큼 충분히 높을 것이란 건 아닙니다. 이날 달러화는 또다시 하락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 기준 92.2까지 떨어졌습니다.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질 것, 즉 테이퍼링이 지연되는 걸 기대하는 베팅이 이어진 때문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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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미국의 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델타 변이로 비상등이 켜진 상황입니다. 그런 만큼 여러 가지 변수가 많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정치를 기존 6.5%에서 2.9%로 절반 이하로 낮췄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소비 지출 및 소비 심리의 급격한 둔화를 언급하면서 "8월의 자동차 판매는 하방을 확인하는 가장 최근 데이터로 지난 4월 재정부양책으로 급증한 뒤 4개월 연속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반도체 공급난으로 재고가 감소하면서 지난 8월 자동차 판매량은 6% 이상 감소했습니다. 또 GM은 이날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 소재 8개 공장의 작업 중단을 연장하거나 추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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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4분기 GDP 추정치는 기존 6.7%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5.7%로 제시했습니다. 이는 미 중앙은행(Fed)이 지난 6월 제시한 7.0%나 월가 컨센서스인 6.3%보다 낮습니다.

사실 골드만삭스도 최근 3분기 성장률을 8.5%에서 5.5%로 낮췄습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이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GDP나우의 경우 지난 1일까지 3분기 성장률을 5.3%로 관측했지만 2일 3.7%로 떨어뜨렸습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딱 중간 정도입니다. 델타 변이로 인해 경기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는 게 반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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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이런 경기 회복 지연을 나쁘게만 보고 있진 않습니다. 우선 여전히 2~3% 성장률도 추세적으로 보면 높은 편입니다. 또 델타 변이는 정점 징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성장이 이 정도라면 고용에 집중하고 있는 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Fed는 인플레이션을 보기 전까지는 경제가 계속 달리게 놔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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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인지 미국의 금리(국채 10년물 기준)는 이날도 연 1.29%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이 5%에 달할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경기 전망만 좋으면 금리도 상승할 텐데, 델타 변이에 이어 뮤 변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많아 상승세를 가로막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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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한때 '채권왕'으로 불리던 빌 그로스의 글이 이날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19년 은퇴한 그로스는 가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데, 지난 30일자 글에서 지금의 금리라면 채권은 투자 측면에서 '쓰레기'라며 현재 1.2%대 금리는 앞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12개월 동안 연 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채권 투자자들은 3% 수준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로스는 "현금은 오랫동안 쓰레기였지만 지금은 채권이 쓰레기"라면서 "채권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도 쓰레기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주가를 뒷받침하는 기업 이익이 두 자릿수로 계속 증가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높은 주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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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채권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 국채에 대한 외국 중앙은행과 투자자 수요가 이미 줄어든 상황에서 그동안 Fed가 양적완화를 통해 국채 순 발행량의 60%를 소화해왔는데, 이제 Fed가 테이퍼링을 통해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겁니다. 게다가 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는 매년 최소 1조5000억 달러 이상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로스는 "내년 중반부터 민간 투자자들이 미 국채 순 발행량의 60%를 소화할 수 있을까. 그때까지 인플레이션이 2%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텐트럼'(발작)은 피할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높은 금리를 물지 않고도 얼마나 재정 지출을 많이 늘릴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습니다.

JP모간도 전날 보고서에서 몇 달 내로 금리가 연 1.9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1월 이후 넘은 적이 없는 수준입니다. 제이슨 헌터 JP모간의 기술적 전략가는 "금리는 지난달 연 1.1%대에서 저항선에 부닥친 뒤 잠재적 약세 패턴이 반전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연임되면 '매파' 전향?…채권왕 "금리 1년 내 2%"
월가 은행들은 경기 회복세, 인플레이션 등을 고려하면 금리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일부에선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믿는 이유를 파월 의장에게서 찾기도 합니다.

최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 등 지역연방은행 총재들이 줄줄이 인플레이션 등 이유로 빨리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는 자산매입축소를 시작하려면 고용지표에서 '상당한 추가 진전'을 더 봐야 한다고 밝혔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기준금리 인상은 자산매입축소와 별개이며 "멀리 떨어져 있다"라고 말했지요.

월가 관계자는 "파월의 이런 입장이 연임이 결정되고 나면 바뀔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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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은 지난 2017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의장으로 지명됐습니다. 그리고 그 임기는 내년 2월로 끝납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달,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다음 Fed 의장을 결정할 것입니다. 상원 인준 절차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집권당인 민주당의 좌파들은 공화당원인 파월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급진파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 의원(뉴욕) 등은 최근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 위험을 제거하고 인종 및 경제적 정의를 증진하는 데 초점을 맞춰 Fed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 기회에 새로운 Fed 의장을 임명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상원에서 대표적으로 파월 연임을 반대하는 엘리자베스 워렌 의원은 지난 2017년 12월 상원 인준 때도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었습니다. 이들은 현대통화이론(MMT)를 옹호합니다. Fed가 무한정 돈을 찍어내 기후변화를 막고 친환경 분야 등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쓰자는 겁니다.

Fed 의장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막강한 자리입니다. 이런 자리를 연임하지 못하고 물러나는 건 개인적 손실일 뿐 아니라 불명예입니다. 대부분의 Fed 의장이 연임했죠. 트럼프 대통령에게 걸려 연임에 실패한 재닛 옐런 전 의장(현 재무장관)은 한 때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했었습니다. 퇴임한 뒤엔 또 부귀영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옐런 장관은 2017년 물러난 뒤 3년간 강연료로만 72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파월 의장으로선 조바심이 날 겁니다. 연임되려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살리기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밖에 없겠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9일, 잭슨홀 미팅 연설과 관련 '파월, 승리의 행진을 벌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썼습니다. 파월은 일류 정치인이라며 "물가보다 고용에 집중하겠다", "테이퍼링은 긴축이 아니며 아주 오랫동안 금리를 낮게 유지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백악관이 듣고 싶어하는 모든 걸 말했다고 지적한 겁니다. WSJ은 "올해 명목 GDP 성장률이 10%에 달해도 Fed는 계속 초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메시지였다"라면서 "파월은 위대한 연임 캠페인 연설을 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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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임이 결정되고 나면 파월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파월 의장은 원래 비둘기파가 아닙니다. 파월 의장은 취임 이후 옐런 의장 때 시작한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높였으며(2017년 3회, 2018년 4회), 양적완화(QE)로 늘어난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QT)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사람입니다. QT에 대해 '오토파일럿'(자동으로 계속된다)이라고 말했다가 2018년 12월 증시 폭락을 촉발하기도 했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긴축을 지속하는 파월 의장에게 "해고할 권한이 있다"라고 위협했고 "파월 의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 누가 더 큰 적이냐"라고 비난하기도 했었습니다.

게다가 물가가 심상치 않습니다. 혹시라도 인플레이션의 고삐가 풀리면 파월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엘런 그런스펀 전 의장처럼 평생 불명예 속에서 살아야 할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의 머릿속은 지금은 연임하고 싶다는 생각이 꽉 차 있겠지만, 연임되고 나면 인플레부터 잡아야겠다고 생각이 바뀔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실 경제가 거의 정상화됐는데, 비상시 실시하는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를 지속하는 게 더 이상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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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사태로 지지율이 40%대로 급락한 바이든 대통령이 폭넓은 시장 지지를 얻고 있는 파월 의장을 경질해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겁니다. 바이든의 머릿속에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델타 변이 대응, 3조5000억 달러 인프라딜 및 부채한도 협상 등이 가득 차 있어 Fed 의장 임명은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옐런 장관이 파월 의장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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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향후 증시가 큰 조정장을 맞게 된다면 그 촉매는 Fed의 급격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Fed가 '우리가 뒤처져 있구나'라고 생각한다면 급격히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기업 이익에도 약간의 실망이 생길 것이다. 이게 장기적 약세장의 시작이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분명히 주가의 상당한 수정을 부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걸 교수는 많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고 믿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해온 사람입니다.

과연 파월 의장은 연임되고 나면 '매파' 본색을 드러낼까요. 그리고 금리기 오르면서 주식 밸류에이션을 위협하게 될까요. 지금까지는 월가 일부에서 나오는 관측이지만, 현실이 될 수도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