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로젠스와이그 체그 최고경영자(CEO·오른쪽 두번째)가 2013년 11월 미국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기념 벨을 울린 뒤 축하를 받고 있다. 체그 제공
댄 로젠스와이그 체그 최고경영자(CEO·오른쪽 두번째)가 2013년 11월 미국 월스트리트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기념 벨을 울린 뒤 축하를 받고 있다. 체그 제공
체그(Chegg)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는 온라인 교육·학습 플랫폼이다. 단순한 화상 강의 시스템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이 긴밀하게 연결된 ‘온라인 과외’에 가까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발생 이후 교육 부실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체그 서비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배경이다.

◆2013년 말 상장…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성공 가도


체그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해 있다. 2005년 설립된 후 디지털 방식으로 교과서를 대여하는 서비스부터 시작했다. NYSE에서 주식 거래가 시작된 건 2013년 11월부터다.

창업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들은 아이오와주립대에 다니던 조쉬 칼슨, 마이크 시거, 마크 피들키 등 3명의 학생이었다. 일종의 교육정보 게시판인 ‘체그 포스트’를 만들었다. 체그는 닭(Chicken)과 계란(Egg)의 합성어다. 당시 경력 없이는 직업을 얻기 어렵고, 직업 없이는 경험을 쌓을 수 없는 현실을 풍자했다.

칼슨은 이 사이트를 애용하던 아이오와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의 오스만 라시드와 함께 체그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초기에 아유쉬 펌브라도 합류했다. 창업 자금은 대부분 라시드가 댔다. 2006년 초 칼슨이 회사를 떠나자 라시드가 최고경영자(CEO)를 맡았고, 온라인 교과서 대여 서비스에 주력했다.

체그가 외형적으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NYSE 상장을 통해서다. 2013년 기업공개(IPO)로 1억8750만달러를 확보했다. 초기 시가총액만 11억달러에 달하는 기업이 됐다.

도서 유통업체인 잉그램 콘텐츠그룹, 피어슨 에듀케이션 등과 손잡고 교과서 대여 서비스를 대폭 확대했다.

위기도 있었다. 2018년 비활성 사용자를 포함해 총 4000만여 명의 회원 정보가 새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사용자 이름과 체그 암호, 메일 주소, 등록 주소 등 정보였다. 다만 계좌번호 등 더 민감한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
댄 로젠스와이그 체그 최고경영자(CEO·왼쪽). 체그 제공
댄 로젠스와이그 체그 최고경영자(CEO·왼쪽). 체그 제공
체그는 인수합병(M&A)에도 수 차례 나섰다. 2010년 교육업체인 코스랭크와 숙제 도움말 제공업체인 크램스터, 수업노트 필기 업체인 노트홀을 잇따라 인수했다. 2011년 장학금 검색 서비스인 진치와 소프트웨어 업체인 3D3R, 2014년 온라인 과외 플랫폼 인스타와 인턴십닷컴, 2016년 연구툴 제공업체인 이매진 이지솔루션을 각각 인수했다.

갈수록 M&A 규모도 커졌다. 2017년 독일의 수학 교육업체인 코건을 1500만달러에 사들인 데 이어 2019년 온라인 코딩업체인 싱크풀을 8000만달러에 매입했다.

현재 체그의 수장은 댄 로젠스와이그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다. 직원 수는 총 1000여 명이다.

◆회원 가입하면 매달 20개 답변 들을 수 있는 온라인 과외


온라인 학습구독 플랫폼인 체그의 주가는 아이러니하게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올 초 주당 120달러에 육박했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수많은 ‘코로나 스타’ 기업들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현재 주가는 최고점 대비 30% 안팎 하락한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120억달러 규모다.
체그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주가 움직임.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한 상태다.
체그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주가 움직임.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미 투자회사나 자문사들은 체그에 대한 투자 추천 의견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미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구독 비즈니스 모델이란 것이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디지털 교육 전환이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미국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 두루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매력이다. 아시아 중동 등 영어 학습 바람이 불고 있는 국가에서도 인지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체그의 주력 서비스는 ‘체그 스터디’다. 수학 통계 재무 프로그래밍 등이 주력 분야다. 답변이 정확하고 간결하게 나올 수 있어서다.

대학생들이 과제를 할 때 질문하면 전문 강사(튜터)들이 답을 올려주는 방식이다. 답변 시간은 1시간 이내다. 24시간 내내 운영된다. 매달 20개까지 질문을 던지면 반드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매주 300개 한도로 기존 질문에 대한 해법을 찾아볼 수도 있다. 유료 서비스다. 매달 14.95달러를 내야 한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값비싼 과외를 받을 여유가 없는 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다. 대학생들은 ‘구글한다(googling)’처럼 ‘체그한다’는 신조어를 자연스럽게 쓸 정도다. 미 대학생의 87%가 체그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최근 조사 결과 미국 대학생들의 체그 인지도는 8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킹알파 제공
최근 조사 결과 미국 대학생들의 체그 인지도는 8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킹알파 제공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6억443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 이전 매출 상승률이 연간 30%를 밑돌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숫자다. 한 달 평균 방문자 수는 1900만여 명이다.

체그는 미국 내 잠재 고객이 1억 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침투율이 여전히 10%를 밑돈다는 얘기다.

◆로젠스와이그 CEO “올해 해외서만 100만 가입자 추가 확보”


체그는 올 들어서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억9848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29.7% 증가했다. 순이익은 3276만달러, 영업이익은 3477만달러였다.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넘게 급증했다. 순이익률은 16.51%다.

2분기 주당순이익(EPS)은 0.43달러였다. 시장 예상치 평균(0.37달러)을 15.2% 상회했다. 매출 역시 시장 전망치(1억9011만달러)를 4.4% 웃돌았다. 올해 1분기의 주당순이익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 하락을 유발했으나, 2분기엔 다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것이다.

반기 기록도 호조를 보인 건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매출은 3억9686만달러, 영업이익은 5155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9.4%, 103% 급증했다.
체그가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
체그가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적.
체그는 올해 매출이 작년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8억1500만~8억5500만달러가 될 것이라는 실적 가이던스를 내놨다. 종전의 전망치(7억9000만~8억달러)보다 높여 잡았다. 체그 서비스에서만 올해 6억9000만~7억달러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로젠스와이그 CEO는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구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올해 미국 외 국가에서 100만 명 이상의 회원수를 확보할 것이란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체그 서비스의 가입자 수는 올 6월 말 기준 490만 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동기 대비 31% 급증한 수치다. 전체 콘텐츠 수는 6600만 개나 쌓여 있다. 체그 스터디의 콘텐츠 페이지뷰는 총 3억6700만 개였다.

월가에선 체그에 대한 실적 전망을 회사 측에 비해 다소 낮게 잡고 있다. 리서치 회사인 잭스 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체 매출이 8억1274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8명의 월가 분석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다. 체그의 가이던스보다 다소 적은 수치다. 다만 내년엔 최대 10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낼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체그가 올해 3분기에만 1억7369만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체그는 작년 동기에는 1억5402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3분기 매출 성장률이 1년 전과 비교해 12.8%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유명 펀드매니저인 제럴드 스패로우는 체그를 추천 종목으로 꼽으면서 “학생들이 교과서를 읽으면서 막히는 게 생겼을 때 체크에 접속하면 플래시 카드로 차근차근 설명해준다”며 “성장성이 매우 높은 모델”이라고 말했다.
체그의 주력인 '체그 서비스' 매출이 급증세다.
체그의 주력인 '체그 서비스' 매출이 급증세다.
온라인 투자 매체인 모틀리 풀도 “작년 초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는데, 앞으로도 두 배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증권투자 매체인 시킹알파는 “체그 서비스를 포함한 전체 가입자 수는 내년까지 1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양한 투자회사들이 체그에 대한 투자 등급을 ‘매수’(buy)로 정해놓고 있다. 제프리스는 체그의 목표가를 주당 95달러로, 배링턴리서치는 120달러로, 니덤앤컴퍼니는 120달러로 각각 책정하고 있다. 이들 모두 매수 추천 의견이다.

‘체그 서비스’를 둘러싼 논란이 대학 내에서 끊이지 않는 건 약점으로 꼽힌다. 부정 행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과제를 제출하거나 온라인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체그 도움을 받는 학생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경제 잡지인 포브스가 체크 스터디 서비스를 이용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대다수가 시험 부정행위에 체그를 활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종목 집중분석] 美 1위 교육 플랫폼 체그…월가 '매수' 상향 잇따라
비판이 잇따르자 체그는 “각 대학이 시험 문제를 미리 제공해주면 해당 기간동안 답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나 실효성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이런 논란이 역으로 체그의 인기를 방증해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투자회사들이 체그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도’(sell) 또는 ‘보유’(hold)로 유지하는 점도 약점이다. 잭스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7월에서야 체그에 대한 의견을 종전 ‘강매도’에서 ‘보유’로 상향 조정했다. 여전히 매수 의견은 아닌 것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