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새 정부 출범이 임박했다고 AFP통신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간부 아흐마둘라 무타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기념식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전날 아프간 현지 매체도 정부 구성 발표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탈레반 대변인은 AFP에 “4일까지는 새 정부 발표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새 정부의 수장을 맡고, 그 아래에 대통령을 임명하는 체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1961년생으로 추정되는 아쿤드자다는 이슬람 율법학자 출신이다. 2016년부터 탈레반을 이끌면서 정치 종교 군사 등 중요 분야의 결정을 내렸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은 탈레반 공동 창설자이자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외무장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탈레반 창설자 무하마드 오마르의 아들 무하마드 야쿠브는 국방장관에, 탈레반 연계조직 하카니 네트워크의 고위 인사 칼릴 하카니는 내무장관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달 재무장관 등 일부 내각 인사를 확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 중국과 경제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우리의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아프간에 투자하고 재건할 여력이 있다”며 “고대 실크로드를 되살릴 수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부터 일대일로에 철도 항만 고속도로 등을 비롯한 수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아프간은 일대일로의 핵심 길목에 있어 중국에는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무자히드 대변인은 “우리는 매우 풍부한 구리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투자로 광산들이 되살아나고 현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런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중국을 “세계 시장으로 가는 통행증”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