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전방위 ‘사회 정화’ 작업에 나선 중국이 이번엔 수도 베이징에서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공유업을 중단시켰다. 테러와 마약 매춘 등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예계 정화 차원에선 여성스러운 남성 아이돌의 활동도 금지했다. 연예활동 기준으로 정치적 소양을 제시하면서 대중문화 부문에서 공산당의 통제를 강화할 것임을 드러냈다.

숙박공유업 규제도 강화

에어비앤비·남자 아이돌까지 때리는 중국
3일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숙박공유업체들은 최근 베이징시 정부 등의 명령에 따라 객실 리스트를 대부분 삭제했다. 당국은 해당 업체들에 숙박시설(집)을 빌려주는 소유자들이 직접 쓴 임대 동의서, 소유권 증명서, 임대사업 허가증, 공안(경찰)이 보증한 안전증명서 등의 서류를 확보한 이후 다시 해당 숙박시설을 활용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베이징시와 인터넷 플랫폼을 관리하는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 공안 등은 지난달 20일 9개의 숙박공유업체를 소환해 ‘7일 내에 불법·탈법적으로 운영되는 숙박시설을 정리하라’고 명령했다. 에어비앤비,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 숙박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음식 배달업체 메이퇀, 알리바바 계열사인 플리기 등이 불려갔다.

앞서 베이징시 등은 숙박공유에 관한 감독 강화 방침을 내놓으면서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숙박시설이 테러와 매춘, 마약 유통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톈안먼광장 자금성 등 시내 ‘핵심 지역’에선 숙박공유를 금지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차이신은 중국 국내 여행이 활성화되면서 베이징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가운데 이런 조치가 나온 것에 대해 다양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는 20일 세계적 테마파크인 유니버설스튜디오가 베이징 퉁저우구에 개장할 예정이어서 베이징행 항공권과 숙박 예약률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니버설스튜디오베이징은 베이징시 산하 국유기업인 쇼후안문화관광투자공사와 유니버설스튜디오가 합작 투자해 지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아이미디어에 따르면 베이징에는 작년 7월 기준 4만2000여 개의 숙박공유시설이 운영 중이다. 쓰촨성 성도인 청두, 상하이에 이어 중국에서 세 번째로 많다.

남성 연예인 화장도 금지

중국 방송 규제기구인 방송총국은 전날 대중문화 분야 고강도 규제를 담은 ‘문예 프로그램과 그 관계자 관리를 가일층 강화하는 데 대한 통지’를 발표했다. 모두 8개 조항으로 된 이 통지는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원천 봉쇄하고, 고액 출연료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송총국은 이번 통지를 통해 그동안 사회적 문제로 지적돼온 여성적인 남성 아이돌에 대한 과도한 팬덤도 금지했다. 중국에선 예쁘장한 외모의 남성 아이돌을 저속하게 부르는 샤오시안러우(小鮮肉)라는 단어가 있다. ‘작고 신선한 고기’라는 뜻으로, 한국식으로는 ‘영계’ 정도에 해당한다. ‘여자 같은 남자’라는 뜻의 냥파오(娘)라는 표현도 쓰인다.

방송총국은 “오락 프로그램의 미적 지향점을 올바르게 세우고, ‘냥파오’ 같은 기형적 미적 감각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화장을 하거나 중국 전통문화에서 언급되는 남성적 이미지를 내세우지 않는 남성 연예인의 활동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인권단체들은 성 정체성이나 외모를 연예계 활동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성소수자의 단체활동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애국주의자들은 이들의 활동 배후에 외국 세력이 있다는 주장도 자주 한다.

통지는 또 공산당과 정부 정책을 거스르는 언행을 한 것으로 당이나 정부에 의해 지목된 연예인은 불법행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들과 마찬가지로 퇴출 대상으로 지정했다. 문제 연예인을 솎아내는 수준이 아니라 대중문화를 철저히 통제 아래 놓겠다는 공산당의 의도를 감지할 수 있다.

한편 짧은 동영상 앱 틱톡과 더우인(틱톡의 중국명)으로 세계 최대 스타트업이 된 중국 바이트댄스는 증권 관련 사업을 올해 안에 매각하기로 했다. 바이트댄스는 현재 하이툰주식 쑹수증권 등의 주식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더우인에 결제 기능을 추가한 ‘더우인페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금융업 확대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의 빅테크에 대한 금융업 규제 강화 방침에 따라 해당 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