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실험실 분석·측정 기구"…"단기간에 서방 따라잡기 어려워"
홍콩매체 "미국의 중국 수출제한 목록 중 42%는 과학장비"
미중 무역전쟁 이후 미국이 중국 수출제한 목록을 확대하는 가운데 그중 42%가 과학장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 연구원들과 인공지능 분석을 인용해 2018년 미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후 지난해 12월까지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 물품이 4천500개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42%에 해당하는 약 1천900개의 물품이 과학 장비(기구)라고 전했다.

과학 장비 중에서도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정밀한 분석·측정 기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외 컴퓨터 칩 디자인과 개발에 관련된 연구 기구와 레이저 관련 장비 등도 포함됐다.

SCMP는 "과거에는 중국군의 연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특정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이 제한됐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후 중국의 기초 연구와 고급 제조 분야도 미국의 수출 제한 정책의 타깃이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이 중국의 과학자들에 있어 얼마나 심각한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중국과학원 국가과학도서관의 왕쉐자오 교수와 동료들은 지난달 25일 중국 과학전문지 '월드 사이-테크 R&D'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정부는 과학 연구와 산업 제조에서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일부 떠오르는 기술과 기초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려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에 대응해 중국은 러시아, 프랑스, 독일, 그리고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다변화하는 대안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SCMP는 "과학 장비는 중국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몇 안되는 제품 중 하나"라며 "세계 톱 20 과학장비 공급업체 중 중국 업체는 없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중국 과학자들은 이들 장비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며 "중국 정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중국의 연구 인프라 투자의 약 60%는 해외 과학 장비 구입에 사용됐다"고 전했다.

안후이성 허페이의 한 물리학자는 자신의 연구소에서 미국산 장비를 2년 전 주문했지만 여전히 미국 당국의 허가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공급업자를 물색해보고자 했지만 여의치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이례적으로 수출 제한을 하지 않은 분야는 의학 연구에 사용되는 장비들이다.

왕 교수는 "이는 미국이 해당 분야를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기인한다"며 "그러나 중국이 향후 힘을 키우면 생화학 시험과 바이러스 백신 분야의 장비도 새로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SCMP는 2019년 말 기준 중국에는 4천개 이상의 과학 장비 제조업체가 있으나 대부분이 중저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전문가들은 최상의 과학 장비 제조에는 수십년의 연구와 경험이 요구되기 때문에 중국 회사들이 단기간에 서방 경쟁자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한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