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여태껏 자신의 운명을 타국에 건 적이 없다" 강조도
주미 中대사 "중국은 구소련 아냐…레드라인 도전하지 말라"
친강(秦剛)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중국은 구소련과 다르다며 미국에 냉전적 사고를 버리도록 촉구하는 동시에, 대만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레드라인'을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1일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친 대사는 전날 미·중 관계 전국위원회 이사회가 화상으로 개최한 자신의 환영 행사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7월 말 워싱턴에 부임한 친 대사는 최근 중국의 공격적인 '전랑외교'(늑대전사 외교)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 이날 발언 중 미중 협력을 이야기하면서도 양국 간 갈등 사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제시했다.

친 대사는 "미국 일각에서는 구소련에 이겼던 것처럼 중국과의 신냉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역사와 중국에 무지한 것"이라면서 "중국은 구소련이 아니며, 구소련의 운명은 국가 패권이 반드시 쇠망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여태껏 침략·확장하지 않고 자국의 정치제도·발전모델을 수출하지도 않았다"면서 "미중 관계에서 냉전 시나리오를 기계적으로 모방하고 중국을 경쟁자이자 가상의 적으로 보는 것은 돈키호테가 풍차에 도전하는 것처럼 황당하고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 재계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전쟁과 디커플링, 공급 중단을 명확히 반대한다"면서 "중국은 1960년대 초 구소련의 대(對)중국 공급중단과 3년간의 자연재해를 겪었지만 이를 모두 버텨냈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미국 정부의 집중 견제대상이 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중국의 화웨이가 생길 것"이라고 봤다.

친 대사는 중국이 중시하는 대만·홍콩·시짱(西藏·티베트)·신장(新疆)·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이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기를 바란다"면서 "중국의 주권·안보·발전이익을 존중하고 내정간섭을 멈추며, 중국의 레드라인을 건들거나 도전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양국이 외교·경제·금융·법무·군대 분야 등의 교류를 강화하고 대화 메커니즘을 재건하며, 갈등과 이견을 건설적으로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문제에 있어 정치놀음을 중단하고, 의회가 미중관계를 심각히 훼손하는 대중국 법안을 심의·통과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그는 "미국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패배에 내기를 걸었고 중국 발전의 목표는 미국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이는 중국의 전략적 의도에 대한 심각한 오판"이라면서 "중국은 여태껏 자신의 운명을 타국에 건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화상행사에는 1971년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양국 관계 개선의 길을 열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부 장관도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