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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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니첼(Schnitzel, 독일식 돈까스), 학센(Haxen, 독일식 족발), 브라트부어스트(Bratwurst, 독일식 소시지) 등 독일 대표 전통음식의 주재료로 쓰이는 '고기'가 베를린 대학교 식당에서 사실상 사라진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채식 위주 식단을 도입해달라는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뉴스에 따르면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 위치한 4개 대학교는 오는 10월부터 비건 68%, 베지테리언 28%, 육류·생선 4%로 구성된 식단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비건식은 고기와 생선은 물론 우유, 계란 등도 섭취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베지테리언식은 육류만 제외한다. 매주 월요일은 '육류 0%' 식사가 제공된다.

베를린 대학교가 채식 식단을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베를린자유대는 2010년부터 채식만 취급하는 구내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대학교들의 이번 결정은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육류산업에서 발생된 방대한 탄소배출량이 기후변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소와 같은 가축으로부터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

채식 도입을 적극 주장한 이들은 베를린 대학생들이다. 베를린 학생 지원 협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새로운 식단을 개발한 것은 보다 친환경적인 식단을 제공해달라는 학생들의 반복적인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채식에 대한 베를린 대학생들의 관심도는 높은 편이다. 베를린 학생 1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건이라고 답한 이들의 비중은 13.5%에 달한다. 전체 인구 가운데서는 1.6%만이 비건이라고 밝혔다. 베를린 대학생의 33%는 비건보다 덜 엄격한 베지테리언이라고 대답했다.

기후변화는 베를린 대학교의 화두로 떠올랐다. 에너지 효율화 등을 통해 탄소중립(실질탄소배출량 제로화)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세웠다. 베를린훔볼트대와 베를린공과대는 각각 2030년,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