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완료하면서 탈레반은 아프간의 ‘완전 독립’을 선언하고 아프간 전역에 대한 통제에 나섰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31일 “미군이 카불공항을 떠났다”며 “아프간은 완전한 독립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대변인은 “아프간 전역이 탈레반 통제에 있다”며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20년 아프간 점령이 끝났다”고 자축했다.

아프간을 통치할 탈레반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제사회가 ‘탈레반의 아프간’을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아프간에 산적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지난 15일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은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를 희망하며 새 정부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권 보호와 개방적인 정부 구성, 국제사회와의 교류 희망 등 유화적 메시지도 쏟아냈다.

알자지라방송은 탈레반이 정권 안정을 이루려면 이른 시일 안에 국민의 ‘공포’가 아니라 ‘인정’을 끌어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민 상당수가 과거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와 달리 서양문화에 익숙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도시민 상당수는 은행 계좌를 갖고 있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익숙하다.

탈레반이 과거처럼 샤리아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하면 시민들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만 명도 안 되는 탈레반 병사로 아프간 전국을 통치하는 것도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아프간 인구(약 4000만 명)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다는 지적이다. 탈레반 전사 대부분이 숫자조차 읽거나 쓸 수 없는 문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탈레반의 ‘인력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외부의 강력한 적이 사라진 상태에서 지도부가 강경파와 온건파, 지역 등에 따라 여러 파벌로 나뉜 내부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탈레반이 전국에 사법·보안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곳곳이 무법상태에 빠질 수 있다. 저항군의 활동도 점차 커질 수 있다.

무엇보다 경제상황이 가장 큰 고민거리로 꼽힌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마자 물가는 폭등하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등 실물 경제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아프간으로의 달러 송금 등을 금지했고, 미국 은행에 예치된 90억달러에 달하는 아프간 중앙은행 외화 자산에 대한 탈레반의 접근도 차단됐다.

미군 철수 후 또 다른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 호라산(IS-K)과의 갈등도 탈레반에는 큰 부담이다. 그동안 탈레반과 대립 관계였던 IS-K는 최근 카불공항 폭탄 테러를 주도하며 반(反)탈레반 세력을 규합, 탈레반과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에 나서는 분위기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