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돈바스 분쟁·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도 주요 의제"

러시아와 친서방 노선을 걷는 옛 소련국가 우크라이나 간 갈등 수위가 고조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30일(미국 동부시간) 미국을 방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도착했다"면서 "앞으로 우크라이나와 미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중요한 문제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 방미…"바이든과 대러 공조 논의 예정"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도 이날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와 함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에 따른 실무 방문의 일환으로 워싱턴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 고위관리들도 만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31일과 내달 1일 워싱턴을, 뒤이어 캘리포니아를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1일로 예정돼 있다고 전했다.

두 나라 정상은 회담에서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병합한 크림반도의 반환 문제, 우크라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러시아-독일 직결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우크라이나 내부 개혁 등 다양한 의제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은 특히 러시아 대응과 관련한 공조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세력이 집권한 2014년 3월, 그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 주민을 대상으로 크림의 러시아 귀속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해 96% 이상의 찬성 결과를 근거로 반도를 병합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을 무력으로 점령한 상태에서 실시한 주민투표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방은 이런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며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크림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도 독립을 선포하고,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상대로 무력 항쟁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을 러시아가 지원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러시아와 독일이 몇 년 간 추진해온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도 주요 회담 의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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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자국 북부에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기존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두 배로 확장하기 위한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건설 사업을 지난 2015년부터 독일과 함께 추진해 왔다.

미국 측의 반대 및 관련 기업 제재 방침으로 차질을 빚던 가스관 건설은 러시아가 지난해 12월부터 자국 부설선을 투입해 자력으로 건설 공사를 재개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동맹국 독일과의 관계를 고려해 일단 가스관 완공을 용인하기로 했으나, 러시아가 새 가스관을 서방과 우크라이나 압박을 위한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려 할 경우 추가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을 가동하게 되면 자국을 경유하는 기존 유럽행 가스관을 폐쇄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는 연간 20억~30억 달러의 통과 수수료를 잃고 러시아와 유럽에 대해 가스관 경유국으로서 갖고 있던 영향력도 상실할 처지에 놓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