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동물 150여 마리 전세기 태운 영국인
현지 직원 1000여 명 탈출 실패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영국 동물구조단체 '나우자드' 설립자인 폴 파딩/사진=나우자드 홈페이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영국 동물구조단체 '나우자드' 설립자인 폴 파딩/사진=나우자드 홈페이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유기동물 보호소를 운영하던 영국인이 보호하던 유기견과 유기묘 등 150여 마리를 전세기편으로 탈출시키는 데 성공한 가운데 아프간 현지 직원들은 데려오지 못해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프간에서 동물 자선단체 나우자드를 운영해온 폴 파딩은 돌보던 개와 고양이를 태운 전세기가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한 뒤 "복잡한 심경이지만 부분적 성공"이라고 말했다. 당초 200여 마리의 동물을 탈출시키려 했으나 150여 마리 밖에 구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해병 출신인 파딩은 2006년 11월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 파병됐는데, 돌보는 사람 없이 떠도는 개들이 많은 걸 목격하고 이듬해 '나우자드'를 설립해 현지에서 동물보호 활동에 나섰다.

지난 15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파딩은 개 90~100마리, 고양이 60~70마리와 함께 영국 공군이 마련한 비행기로 대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군이 파딩에게 동물은 비행기에 태울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파딩은 동물들도 함께 데려가지 않으면 비행기에 타지 않겠다고 버티며 온라인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파딩을 지지하면서 모금에 참여했고 결국 동물 수송용 전세기가 마련됐다. 전세기가 마련되자 영국 국방부는 25일 이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파딩이 구한 동물의 수 때문이 아니라 애초 철수시키려던 현지 통역사 등 1000여 명이 탈출에 실패하면서 영국 내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동물을 구조하느라 정작 자국을 도왔던 현지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28일(현지 시간) 아프간 대피 작전을 종료했다.

아프간 참전용사인 톰 투겐트하트 하원 외무 특별위원장은 28일 LBC 인터뷰에서 "공항으로 사람들을 데려와 탈출시키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동물 100여 마리를 데려오는데 많은 병력을 사용했다. 반면 내 통역사의 가족들은 살해당할 것 같다"라면서 파딩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아프간 참전군인인 제임스 볼터 소령도 "아프간 정치인이나 특수군만큼 가치가 있느냐"라며 "전세기는 영국군과 일한 직원 수백 명을 데려오는 데 쓰일 수도 있었다. 남은 사람들이 왜 영국은 그들보다 유기동물을 구하는 데 더 애쓰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