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고위급 여성 공무원 바비타 데오카란…내부고발자 보호제도 보완 목소리
남아공 코로나 조달비리 핵심증인 피살 파장…딸 등교후 집앞서(종합)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보건 조달 부패를 고발한 고위급 여성 공무원이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피격돼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29일 현지 보도전문채널 eNCA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값비싼 소송 비용 등을 치러야 하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하우텡주 보건부의 금융회계 담당국장인 바비타 데오카란(53)은 지난 23일 아침 딸 아이를 학교에 내려준 후 수 분 만에 요하네스버그에 있는 집 앞 차 안에서 여러 차례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부패사건을 전문으로 조사하는 특별수사대(SIU)는 그녀가 의심스러운 개인보호장구(PPE) 계약을 둘러싼 수사의 한 증인이었다고 확인했다.

데이비드 마쿠라 하우텡 주지사는 핵심 증인이었던 그녀에 대한 암살과 3억3천200만 랜드 (약 262억 원) 규모의 PPE 입찰 사기 간에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녀가 또 다른 금융 비위를 적발한 와중에 표적 살해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27일 데오카란 청부 살해 용의자 7명을 요하네스버그 은신처에서 체포하고 총기와 차량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일부 용의자는 혐의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들은 살해 혐의로 곧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데오카란을 '부패와 싸운 용기 있는 전사'로 추모하는 이들은 촛불과 손팻말을 들고 그녀를 기리는 모습이 29일 방영됐다.

싱글맘인 그녀는 동료들에게 큰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그녀는 당초 생명의 위협을 당한다고 느끼지 않아 특별 증인 보호프로그램을 신청하지는 않았고 경찰도 따로 그녀를 경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 선데이타임스는 29일 청부살해 용의자들이 범행 전 한 달 넘게 그녀를 스토킹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들은 범행 시간 당시 데오카란 집 맞은편 주유소에 있는 CCTV 카메라를 원격으로 먹통으로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으나, 사이버 포렌식에 나선 경찰의 추적과 범행에 이용된 차량 관련 제보로 덜미를 잡혔다.

청부 살해 용의자들은 모두 지난달 폭동이 발생한 동남부 지역 콰줄루나탈주 출신으로 범행 대가로 280만 랜드(약 2억2천만 원)를 받았다고 수사 소식통들이 밝혔다.

그녀의 피살은 다른 잠재적 내부고발자들에게 경고하는 것이라고 리처드 첼린 안전연구소 선임 연구원이 AP통신에 말했다.

경찰도 이를 염두에 두고 데오카란 살해가 남아공인과 공무원들이 부패 혐의 등을 고발하는데 저해 요소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앞서 하우텡주에선 코로나19 보건물자 조달 관련 부패 사건으로 몇몇 고위 관리가 해임됐다.

여기에는 주(州) 보건부 장관인 반딜레 마수쿠도 포함됐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의 여성 대변인인 쿠셀라 디코도 지금은 사망한 남편의 보건 물자 계약 부패 연루 혐의로 정직됐다.

가장 최근에는 즈웰리 음키제 보건부 장관이 그와 그의 가족이 보건부에서 체결하는 코로나19 통신 계약으로부터 이득을 봤다는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남아공은 현재 내부고발자 보호법이 있지만,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한 내부고발자들이 보상은커녕 오히려 동료와 지인들에게 위험하다며 왕따를 당하고 직장까지 잃는다는 것이다.

국영 여객철도기업(Prasa)은 문제 있는 계약으로부터 4천500만 랜드(약 36억 원)를 회수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법률팀장 등 내부고발자를 해고했으나 법원 소송에서 거듭 기각됐다고 온라인매체 핀24가 지난 27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