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등 동남아국, 미중 갈등 유리하게 이용 가능"
홍콩매체 "동남아, 미국의 아프간 철군으로 이득 볼 것"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싱가포르와 베트남 순방을 마친 가운데, 이들 동남아국가들이 미중 갈등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는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가 미중 갈등 속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것을 조심하는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현지 순방은 미국이 해당 지역과의 관계 처리방식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쉬리핑(許利平) 중국사회과학원 아태 글로벌전략 연구원은 "해리스의 순방은 미국이 동남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의 르 훙 히엡 연구원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미국에 대한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순방이 진행됐지만, 그러한 우려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동남아를 포함해 자국 이익에 더 중요한 다른 지역과 자원들에 전략적 관심을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동남아시아는 결국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이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향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더 많은 고위 관리가 동남아 국가들을 찾을 것"이라며 "역내 국가들은 곧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뒤로 하고 자국과 미국 관계,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안보 지원 등을 약속했다.

같은 기간 중국도 부지런히 맞대응을 했다.

중국은 베트남에 백신 지원을 약속하고, 싱가포르에는 자유무역협정(FTA) 개선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또 필리핀 정부는 지난 26일 20억 달러 규모의 4개 인프라 프로젝트에 중국이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 문제 전문가인 광저우(廣州) 지난(濟南)대의 장밍량(張明亮)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베트남에 도착하기 직전에 베트남 총리가 현지 중국 대사를 접견한 것은 "베트남이 위험회피 전략에서 점점 능숙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지원 약속이 역내 중국의 외교적 노력을 약화시키면서 미국과 베트남의 관계를 더 강화시킬 것이라고 봤다.

장 교수는 "중국이 베트남에 미국과 같은 종류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해도 베트남과 미국의 관계처럼 베트남과 중국의 관계가 강화되기는 어렵다"고 관측했다.

ISEAS의 르 연구원은 베트남이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영토 분쟁은 베트남이 미국과 더 가까워지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