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운항 중단되자 공항에서 프랑스 대사관까지 10㎞ 달려가
탈레반, 아프간에 남은 가족 찾아가 협박…"그들은 변하지 않는다"
파리로 피신한 아프간 경찰 "탈레반은 나를 능지처참했을 것"
"만약 제가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면 저를 조각 조각내려고 가능한 한 오래 살려뒀을 거예요.

스핀 볼다크를 점령했을 때 사흘간 800명을 죽인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
아프가니스탄의 테러 대응팀(CRU 222) 소속으로 14년 동안 복무해온 자위드(가명)는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장악했을 때 가장 먼저 카불을 탈출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경찰 고위 간부로서 탈레반과의 전쟁에서 선봉장에 있었던 자위드는 프랑스 군용기가 하늘에 뜨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고 23일(현지시간) 일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자위드는 휴대전화에 저장해놓은 탈레반의 행각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탈레반에 붙잡혀 머리에 총을 맞는 것으로 끝난다면 그건 행운"이라며 탈레반이 얼마나 무자비한지 핏대를 높여가며 설명했다.

"우리가 탈레반 대원을 생포했을 때 우리는 정중히 대합니다.

물도 주고, 음식도 주고, 겨울이면 재킷도 줬어요.

하지만 탈레반이 제 부하들을 잡아갔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처형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차이점이죠"
자위드는 아프간 정부가 마치 종이 카드로 쌓아 올린 탑처럼 순식간에 무력하고 허망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2주 동안 지켜봤다며 "가니 (대통령) 정부에 배신을 당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가 궁지에 몰리자 상관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고, 자위드 역시 어떻게 해서든지 이곳을 탈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난 17일 출발하는 아랍에미리트(UAE) 항공과 터키 항공 비행기표를 사 들고 공항으로 향했지만 모든 민간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무기와 제복을 벗어 운전 기사에게 맡기고 슬리퍼와 전통 복장 차림으로 카불 주재 프랑스 대사관까지 10㎞를 내달렸다.

프랑스 대사관과 함께 일했던 적이 있었기에 자신을 알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렇게 자위드는 프랑스군의 도움으로 아부다비를 거쳐 파리에 발을 들였다.

자위드와 함께 아프간을 탈출한 사람들은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임시 숙소에서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배경은 다양하다.

카불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근무한 요리사, 아프간에서 활동한 인권운동가, 예술가, 프랑스 국적자도 몇 명 있다.

하루에 1시간씩 외출을 할 수 있지만, 담배를 피우러 나갈 때도 기록을 해야 한다.

갑작스레 시작된 파리 생활에 주머니에는 1유로짜리 동전도 없는 사람이 대다수라 딱히 할 수 있는 일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신의 앞날이 아니라 아프간에 남은 가족들의 안위다.

자위드의 아버지와 형제 집에도 탈레반이 들이닥쳐 협박을 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 통신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뒤 일주일 사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카불 공항에 외국인뿐만 아니라 아프간인까지 수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최소 2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파리로 피신한 아프간 경찰 "탈레반은 나를 능지처참했을 것"
(계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