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신부·수도사·수녀 등 100여명 참석…교황도 축복 메시지 전해
유흥식 "코로나19 위기 형제애가 유일 치료제…교황 방북 성사 기원"
바티칸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미사…유흥식 대주교가 주례
전 세계 가톨릭의 중심인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21일 오후(현지시간)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가 봉헌됐다.

미사는 현지 유학 중인 한인 신부와 수도사, 수녀, 평신도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청 시성성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 주례로 진행됐다.

유 대주교는 '성김대건 신부님,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강론에서 참된 신앙인으로서 김대건 신부의 짧지만 거룩한 삶을 재조명했다.

바티칸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미사…유흥식 대주교가 주례
유 대주교는 "성 김대건 신부님은 25년 26일이라는 짧은 지상의 삶을 통해 인간의 참된 삶의 가치를 보여주셨다"며 "엄격한 유교적 신분사회에서 인간 존엄과 평등사상,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했다.

한마디로 믿음과 삶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의 시대에 맞은 '성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은 우리 모두에게 큰 은총과 함께 중대한 사명을 새롭게 전해준다"며 무엇보다 형제애의 실천을 강조했다.

코로나19가 국경을 넘어,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이에게 퍼져나가기에 이를 극복할 치료 약 또한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형제애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바티칸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미사…유흥식 대주교가 주례
유 대주교는 "형제애는 코로나19는 물론 병든 세상의 유일한 해독제이자 사회악의 치료제"라고도 했다.

유 대주교는 강론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염원과 이를 위한 교황 방북의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남북 통신선이 복구됐다가 멈추는 등 남과 북, 북미 관계가 살얼음을 걷는 상황"이라면서도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관계에 유연한 모습을 취하는 등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요소들이 보이는 듯하다"고 짚었다.

바티칸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미사…유흥식 대주교가 주례
그는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하셔서 새로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특별히 성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의 자랑스러운 순교자들의 전구(轉求)를 청한다"고 당부했다.

미사 말미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념 메시지도 낭독됐다.

교황은 메시지에서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기쁨의 날, 저의 이 메시지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우에게 닿기를 바란다"면서 "이 기쁜 기념일은 영웅적 신앙의 모범적 증인"이라고 축복했다.

바티칸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미사…유흥식 대주교가 주례
교황청 안팎에서는 한국 최초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계기로 신앙과 피로 지켜진 한국 가톨릭 240년 역사를 다시 조명하는 분위기다.

교황청 관영 매체인 '바티칸 뉴스'는 이날 온라인 이탈리아어판 머리에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와 한국 순교자의 역사를 돌아보는 장문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미사에 참석한 로마의 한 신부는 "김대건 신부는 형제애와 이웃사랑 실천의 모범을 보여주신 분"이라며 "그분의 숭고한 삶이 전 세계에 더 많이 알려지고 재발견되는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약 1시간 동안 한국어로 진행됐다.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한국어 미사가 봉헌된 것은 약 6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바티칸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미사…유흥식 대주교가 주례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이듬해인 2015년 3월 한국 주교단의 교황청 정기 방문 때 이곳에서 한국어 미사가 열린 바 있다.

이는 아울로 유흥식 대주교가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부임한 후 현지에서 주례한 첫 공식 미사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로마에 도착한 유 대주교는 이달 2일 취임과 함께 업무를 시작했다.

미사는 '순교자 성월'인 내달 초 가톨릭평화방송에서 녹화 중계할 예정이다.

1821년 충남 당진 솔뫼의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난 김대건 신부는 1845년 8월 사제품을 받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가톨릭 사제가 된 인물이다.

바티칸서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미사…유흥식 대주교가 주례
천주교 박해가 절정에 달하던 당시 깊은 신앙심으로 활발하게 사목 활동을 하다 관헌에 체포됐고, 1846년 9월 효수됐다.

김대건 신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1984년 시성돼 성인품에 올랐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작년 11월 29일부터 올해 11월 27일까지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선포하고 각종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유네스코(UNESCO)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의 역사적 의미와 함께 그의 삶과 업적을 기려 '2021년 세계기념 인물'로 선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