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실패' 공동 책임지는 인물 뽑히자 '반대 청원'

말레이시아 압둘라 국왕이 20일 새 총리로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61) 부총리를 지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150만명 감염의 '방역 실패' 등 책임을 지고 무히딘 야신 총리가 사퇴했음에도, 같은 내각에서 국방부 장관과 부총리를 지낸 인물이 총리직을 넘겨받은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왕, 신임 총리로 이스마일 부총리 지명

압둘라 국왕은 무히딘 총리가 이달 16일 사퇴하고 나흘만인 이날 이스마일 부총리를 총리로 지명했다.

왕궁은 "이스마일이 의원 222명 가운데 114명의 지지를 얻어, 과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스마일은 21일 총리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말레이시아 헌법에는 국왕이 다수 의원의 신임을 받는 사람을 총리로 지명할 수 있게 돼 있다.

말레이시아 정계는 이합집산이 빠르다.

1981년∼2003년 22년간 장기집권했던 마하티르 모하맛은 15년 만인 2018년에 총리로 복귀해 '세계 최고령 국가 정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무히딘은 마하티르 내각의 내무부 장관이었다.

그런데, 작년 2월 마하티르가 '정치 승부수'로 총리직 사임 후 재신임을 노렸다가 국왕이 무히딘을 총리로 앉혔다.

마하티르는 총리직을 탈환하려 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기회를 잡지 못했고, 무히딘은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일일 확진자 수가 하루 2만명까지 넘어서면서 다수 지지를 잃어 사퇴했다.

말레이시아 국왕, 신임 총리로 이스마일 부총리 지명

이스마일은 무히딘 내각에서 국방부 장관이자 선임 장관으로 7월까지 코로나 사태 대응 총괄을 맡았고, 7월부터는 부총리직을 수행했다.

그는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소속으로, 1946년 창당한 UMNO는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61년 동안 총리를 배출하다가 2018년 총선에서 정권을 내줬다.

이스마일이 이번에 총리로 지명되면서, UMNO는 다시 총리 소속 정당 자리를 되찾았다.

이스마일은 '베테랑 정치인'으로 꼽히지만, 코로나 방역 실패와 경제 침체로 이전 정부에 대한 비판이 큰 만큼 "사람이 바뀌어도, 새로운 정치가 이뤄질 리 없다"는 회의론이 나온다.

이스마일의 '공동 책임'을 물어 총리 지명을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에는 34만명이 넘게 서명했다.

말레이시아 국왕, 신임 총리로 이스마일 부총리 지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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