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하르 장관, "CIA가 반군 창설" 등 취임 전 발언 논란에 물러나
페루 카스티요 정권 출발부터 삐걱…외교장관 19일 만에 사퇴
페루 외교장관이 과거 발언들로 인한 논란 속에 취임 19일 만에 물러났다.

페루 대통령실은 지난 17일(현지시간) 엑토르 베하르(85) 외교장관이 사의를 표명해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이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카스티요 정권 출범과 함께 초대 외교장관으로 취임한 베하르 장관은 카스티요 내각에서 처음으로 중도 낙마한 장관이 됐다.

대통령실이 장관 사퇴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페루 언론들은 베하르 장관의 과거 발언과 관련해 불거진 논란 때문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젊은 시절 좌익 게릴라 활동을 했던 사회학자 베하르 장관은 취임 전인 지난해 말 "'빛나는 길'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확신한다"고 발언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은 1980∼1990년대 페루에서 반(反)정부 무장투쟁을 벌인 좌익 반군으로, 이 기간 빛나는 길과 정부군의 충돌 속에 6만9천 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베하르 장관은 또 페루 내의 테러 행위를 해군이 처음 시작했으며, CIA가 이를 지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외교부는 문제의 발언이 전체 맥락과 무관하게 발췌된 것이라고 반박했으나 거세지는 장관 퇴진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좌파 카스티요 정부의 초대 내각에서 논란에 휘말린 인물은 베하르 장관만이 아니다.

기도 베이도 국무총리는 취임 후 테러 행위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됐고,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