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매판매 1.1% 줄어
올해 3월 정점 찍고 지지부진
제조업지수도 전달대비 반토막

파월 "델타변이 영향 불분명"
테이퍼링 예정대로 추진할 듯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 이후 회복세를 보여온 미국의 소비 심리가 또다시 가라앉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제성장률마저 둔화할 조짐이지만 오는 11~12월로 예상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착수 시점을 늦출 정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시장 변동성 키울 소비지표 하락
델타변이 확산에…식어가는 美경제엔진

미 상무부는 지난달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1.1%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0.3%)보다 훨씬 큰 감소폭이다. 소매판매는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이 시행된 올 3월 전달 대비 11.3% 급증했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지난달엔 그동안 불티나게 팔리던 자동차와 의류 판매마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 및 부품 판매는 전달 대비 3.9%, 의류는 2.6% 각각 감소했다. 미국에서 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경기를 판단하는 대표 지표로 활용된다. 미시간대가 공개한 소비자태도지수 역시 급격히 식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예비치가 70.2로, 201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팬데믹(대유행) 직후였던 작년 4월(71.8)은 물론 시장 예상(81.3)을 크게 밑돌았다. 태도지수는 미 소비자의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신뢰도를 보여주는 숫자다.

제조업 경기도 정점을 찍고 하락할 징조다. 뉴욕연방은행이 내놓은 8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는 18.3에 불과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7월(43.0)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 전문가 예상(29.0)에도 크게 못 미쳤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이날 연 1.26%로, 지난주의 연 1.3%대 중반에서 0.1%포인트가량 떨어진 배경 중 하나다.

캐나다 투자은행인 CIBC의 데이비드 도나베디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비지표 하락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올 하반기 내내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월 “과거 경제로는 못 돌아가”
미국의 소비지표 악화는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3분기 성장률이 1·2분기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이 작성하는 분기 성장률 예측 모델 ‘GDP나우’에 따르면 미 경제는 이번 분기에 6.2%(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월 말 대비 10배 넘게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현실화하면 올해 7.0%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란 Fed 예측은 빗나간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전문기관들은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7~8%에 달할 것으로 봤으나 실제로는 6.5%에 그쳤다.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이날 “팬데믹이 경제활동에 여전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워싱턴DC의 교사·학생들과 한 화상 타운홀 미팅에서다. 타운홀 미팅은 경제학 수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시작한 연례 행사다.

그는 긴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델타 변이의 경제적 영향이 명확하지 않다”며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파월 의장의 이런 입장 표명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 것’이란 Fed 내부 견해에는 변화가 없다는 걸 시사한다고 로이터통신은 해석했다. 파월 의장은 또 “미 경제가 코로나19 이후 영구적으로 변화했다”며 “다시는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원격 근무·포장 판매·자동화 확산 등 새로운 경제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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