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자카야 대부 오타 가즈히코 인터뷰

'일본 아재 집합소' 이자카야를 부활시킨 디자이너
시세이도 디자이너에서 30년 넘게 이자카야 순례
22년간 이자카야 소개 방송 맡으며 인기 부활
원점 '기시다야'는 45분 입장제한 생길 정도로 유명세
이자카야 순례만 30년…"이 사람이 추천한 가게는 진짜"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다양한 향토색이 녹아있는 이자카야는 일본을 아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판매하는 닷사이와 구보타는 매력이 없어요"

일본 '이자카야의 대부' 오타 가즈히코(사진)는 18일 도쿄 미나토구 시로카네다이의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30여년간의 이자카야 순례기를 담당하게 털어놨다.

그는 케케묵은 '아재들의 집합소' 취급을 받으며 젊은 층과 여성들의 외면을 받던 이자카야를 일본 대중문화의 간판으로 부활시킨 인물로 평가된다. 일본 화장품 대기업 시세이도의 디자이너와 도후쿠예술공과대학 교수를 역임한 그래픽 디자이너지만 이자카야 전문가로 더 잘 알려졌다. 이자카야 관련 저서만 20권이 넘고, 1999년 '전국 이자카야 기행'을 시작으로 22년째 명물 이자카야를 소개하는 방송을 맡고 있다. 한국의 케이블 방송사가 '일본 이자카야 톱 100'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방송을 방영해 한국에서 인지도도 높다.

인기가 되살아난 덕분에 이자카야는 현재 일본 방송·출판업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으로 대접받는다. 이자카야 전문가와 이자카야 소개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일본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오타 선생이 추천한 가게라면 진짜"로 통한다. 일본 최대 식당 검색 사이트 타베로그에서 이자카야를 검색하면 '오타 가즈히코가 이 지역 제일로 인정한 이자카야'라는 소개가 뜬다. 사케병 라벨 디자인에도 참여해 히로시마 등 곳곳에서 그가 디자인한 사케가 판매된다.

30년이 넘는 이자카야 여정을 시작한 계기는 버블(거품)경제 막바지인 1990년 쓰키시마의 노포 이자카야 '기시다야'에 발을 들이면서였다. 그는 "당시 세계의 유행을 선도하던 긴자 바로 옆 동네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전후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동네 이자카야에서 '시대에 뒤처진 것이 주는 마음 편안함'에 매료됐다"고 회고했다. 현재 기시다야는 시간제한(45분)을 둘 정도로 유명한 이자카야가 됐다.

오타 교수는 "지역에 따라 기후와 식성, 주산물은 물론 사람들의 기질과 언어까지 다른 일본의 향토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이자카야 예찬론을 시작했다. 홋카이도 구시로시에 있는 시라카바의 명물 안주 오징어젓갈신문지구이를 예로 들었다. 그는 "현지인들은 전국지인 아사히신문 대신 홋카이도신문 위에 올려놓고 구워야 잉크냄새가 적절히 섞이면서 제맛이 난다라고 할 정도로 지역색이 강하게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당장 떠오르는 추천 이자카야만 20곳이 넘는다는 그는 프랜차이즈 이자카야는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장에서 만든 요리를 내놓을 뿐 향토요리를 메뉴에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족이 대대손손 운영하는 이자카야야말로 들를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자카야를 즐기는 첫단계는 기분 좋게 마시고 마음이 흡족해지는 것, 두번째 단계는 향토요리를 음미하는 것이며 최고 단계는 이자카야 자체와 사귀는 것이라고 했다. "수십년 단골로 지내면서 이자카야는 물론 가게를 운영하는 가족과 생애를 함께 하는 것이 최고 단계의 즐거움"이라는 것이다.
이자카야 순례만 30년…"이 사람이 추천한 가게는 진짜"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오타 교수는 이자카야 업계와 고객이 함께 만든 선순환이 이자카야를 계속해서 진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거품경제가 무너지면서 무리해서 고급식당에 가는 게 자랑인 시대가 지나고 차분한 곳에서 속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세태의 변화가 이자카야를 부활시켰다"는 설명이다.

특히 2000년대들어 가성비를 중시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자카야도 타깃을 중년 남성에서 여성 고객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까다로운 여성 고객의 맘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화장실에서부터 가게 분위기까지 전반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덕분에 여성과 젊은 층, 외국인 고객이 늘어났고, 이것이 다시 이자카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대거 양조업계에 뛰어들면서 사케의 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도 이자카야 부활에 큰 역할을 했다. 오타 교수는 "젊은 양조가들은 사라진 제조법을 부활시키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거부감이 없다"며 "맛있는 사케는 광고를 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다 팔릴 정도로 일본의 팬층이 두터운 것도 사케 붐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고령화와 세대교체 등 일본의 모든 업계들이 안고 있는 과제가 양조업계에서는 완전히 해결됐다. 젊은 세대가 양조업계로 향하는 이유를 그는 "대량생산 공장의 단순 반복작업과 달리 사케는 1년에 단 한 번 생산되는데다 조금씩 다른 시도를 할 때마다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타나는 순환성이 젊은 세대를 매료시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인기가 좋은 사케 브랜드 구보타와 닷사이에 대해서는 "구보타는 맛있지가 않고 닷사이는 매우 맛있지만 조금도 흥미롭지 않다"며 박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닷사이는 여러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맛있어 할 만한 부분만 모아서 만든 최대공약수 같은 술"이라며 "개성과 변화가 없어서 팬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자카야의 공간적인 매력은 복닥복닥함. 코로나19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밀접함을 즐기는 공간"인 이자카야는 위기를 맡고 있다. 오타 교수는 "밀접함을 즐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며 "코로나19가 수습되면 이자카야의 수요도 즉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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