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모이즈 대통령 총격 암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강진
극빈국 아이티, 대지진·콜레라·허리케인 등 재앙 끊이지 않아
대통령 암살에 7.2 강진까지…엎친 데 덮친 혼돈의 아이티
지난달 발생한 대통령 암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카리브해 아이티에 규모 7.2의 강진까지 덮쳤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0년 대지진의 여파에서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아이티 국민의 고통이 더 깊어지게 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오전 8시29분께 아이티 생루이뒤쉬드에서 남서쪽으로 12㎞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았고, 규모 4∼5의 여진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아직 정확한 피해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으나, 지난 2010년 아이티를 덮친 규모 7.0의 지진으로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에도 큰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빈곤율이 60%에 달해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아이티의 역사는 대지진 이전에도 수난의 연속이었다.

오랜 식민지 생활과 전쟁을 거쳤고 현대사도 독재와 쿠데타, 폭동 등으로 얼룩졌다.

계속되는 혼란과 극심한 빈곤 속에서 덮친 2010년 1월의 대지진은 대부분 건물에 내진 설계도 제대로 되지 않은 열악한 아이티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다.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 지하 13㎞의 얕은 진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6만 명에서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인구의 3분의 1이 이재민이 됐다.

대통령 암살에 7.2 강진까지…엎친 데 덮친 혼돈의 아이티
지진으로 교도소가 붕괴해 재소자들이 탈옥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대지진이 지나간 후 2010년 10월부터는 콜레라가 퍼졌다.

여러 해 동안 이어진 콜레라 유행으로 아이티에서만 1만 명 가까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6년엔 허리케인 매슈가 아이티를 강타해 800명 넘는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연이은 대규모 자연재해로 신음하는 동안에도 정치·사회 혼란은 이어졌다.

2015년 대선 무효 사태 이후 2017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여야 갈등과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예정된 선거도 제대로 치러지지 못했다.

치안도 급격히 악화해 몸값을 노린 납치 등 범죄가 급증했다.

이러한 혼란이 정점을 찍은 것이 지난달 발생한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이었다.

지난달 7일 괴한들이 모이즈 대통령의 사저에 침입해 대통령을 총으로 살해했다.

함께 있던 영부인도 총상을 입었다.

이후 경찰은 암살에 가담한 콜롬비아 전직 군인들과 미국계 아이티인, 아이티 경찰 등 40여 명을 용의자로 체포했으나 사건 한 달이 넘도록 사건의 배후 세력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공백과 더 악화한 치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던 아이티 국민에게 닥친 14일의 강진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