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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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격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기업에 손해라고 판단한 일본 정부가 증권사들의 거래관행을 손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12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기업을 공개(IPO)한 일본 기업 약 100곳을 대상으로 '공모가격을 결정할 때 상장절차를 담당하는 증권사와 충분한 논의가 가능했는가', '공모가 결정에 만족하는가' 등을 묻는 조사표를 보냈다.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주관사 업무를 담당한 증권사 청취조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증권사들이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독점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상장 절차가 진행되면 기업이 주관사(증권사)를 갑작스럽게 교체하기 어려운 만큼 증권사가 우월한 지위에 서 있다는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일본 정부가 IPO 공모가격 산정 과정에 칼을 대는 것은 상장 첫날 가격과 차이가 커 기업이 손해를 본다는 지적 때문이다. 일본의 상장 첫날 거래가격은 공모가격의 1.5배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은 1.1~1.2배다. 일본에서 공모주를 청약한 투자가는 50%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상장사는 그만큼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는 바람에 조달금액이 줄었다는 의미다.

일본의 공모가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보수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투자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신규 상장사 주식의 80%를 기관투자가가 사들인다.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지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기관이 매입 주체로 나서기 때문에 주관사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일본은 개인투자가가 70%를 차지하는데다 상장 첫날 주가가 오르면 차익실현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주관사들도 개인투자가를 보호하기 위해 공모가격을 보수적으로 산정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본 정부는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 보호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상장사들을 정당하게 평가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결정한 성장전략에 'IPO 가격결정 프로세스의 개선'을 처음 명시했다. 공모가 결정 관행을 개선해 개인투자가 보호와 신흥기업 성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증권사들은 신규 상장사의 30~40%는 1년 뒤 주가가 공모가격을 밑돌았다고 반박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관행에 개선할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정부가 전체의 일부(공모가 결정 관행)만 들어내서 문제삼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