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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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의 고위관리가 올해 안에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 경제 상황이 정상궤도에 오른데다 소비 흐름도 회복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중앙은행 총재는 "경기반등 상황을 고려할 때 올해 연말 안에 강력한 통화부양책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직장으로 돌아가고 소비가 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책의 중심축도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데일리 총재는 "그동안 다양한 변수를 고려했지만 이에 대해선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중앙은행이 경제 부양을 위해 취한 조치를 되돌리는 논의를 시작했다. 출발점은 테이퍼링"이라고 했다.

Fed의 정책을 결정하는 FOMC 의결위원인 데일리 총재는 Fed 안에서도 비둘기파에 속한다. 그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테이퍼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하는 게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했다.

Fed는 매달 12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시장에 달러를 풀어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평균 2% 물가상승률과 최대 고용에 도달하면 이런 방침을 줄여 나가는 테이퍼링을 시행하기로 했다. 데일리 총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되면 이런 조건에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4%다. 코로나19 유행 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노동시장에 일자리 94만3000개가 추가돼 실업률은 5.4%로 전달(5.4%)보다 떨어졌다. 데일리는 아직 고용 목표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코로나19로 구멍났던 고용시장이 서서히 메워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경제 지표가 나아지면서 Fed 고위 관료 사이에선 부양책 속도 조절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번졌다. 데일리에 앞서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중앙은행 총재는 미 경제협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자산 구매 중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중앙은행 총재도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 10월 테이퍼링이 시작될 것이라고 9월에 발표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달초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가 제시했던 안이다.

테이퍼링 시점을 고심하는 Fed는 델타 변이 확산을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Fed 내부에선 델타 변이 유행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확산세가 놀라울 정도로 빨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데일리는 "델타 변이가 경제 회복을 방해하진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