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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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산 식재료의 거래량이 급감한 것이 2020 도쿄올림픽 한국 선수단 때문이라는 '트집'이 또 나왔다.

일본 매체인 가호쿠신보는 후쿠시마 파 거래 감소 관련 기사를 통해 "올림픽에서 후쿠시마 식재료에 우려를 표명한 한국 선수들의 움직임이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한 농업법인은 후쿠시마현 코리야마 시에서 키운 파 1200kg을 매주 대형 슈퍼에 출하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도매상으로부터 "후쿠시마의 흙이 붙어있다"는 클레임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파의 모양이나 흙이 붙어있는 상태 등 출하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3분의 1 수준인 400kg만을 마트에서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농업법인 사장 A(45)씨는 "확증은 없지만 한국이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도시락에 포함된 후쿠시마 재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는 보도 직후 이런 말을 들었다"며 "분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고 격분했다.

하지만 도쿄 지역 중매인은 "지금 시기에 후쿠시마 식재료를 회피했다가 장사가 되지 않는다"며 "도매상이나 슈퍼 측이 한국 선수단 동향을 악용해 매매에 나선 건 아니냐"는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후쿠시마 식재료 생산 농가를 구제하기 위해 갈 곳 잃은 파를 사들이는 일들이 시작됐다.

코리야마시 청과점 '시노야'는 단골이나 기존 거래 음식점에 호소해 남은 파를 판매했다. 1kg 당 300엔을 받고 한 달 만에 600kg을 팔아치웠다.

이 청과점 대표는 "생산자의 노력을 정당히 평가하고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후효히가이(風評被害, 풍평피해)'를 타파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현지 급식지원센터에서 조리사들이 음식을 도시락 용기에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현지 급식지원센터에서 조리사들이 음식을 도시락 용기에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에는 2개의 식당이 운영 중이다. 이곳 중 '캐주얼 다이닝홀'이라 불리는 식당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재해지인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 3개 지역 및 도쿄도에서 생산된 식자재를 이용한 식사를 제공한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도쿄올림픽 선수촌에서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사용한 식사를 제공하는 것 등을 우려해 한국 선수단의 안전한 식사를 위해 급식소를 운영 중이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의 지바현 우라야스시 헨나 호텔에 급식 지원센터를 개설하고 한국에서 파견된 24명의 조리사와 영양사들이 한국산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을 선수단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루 평균 425끼, 대회 기간 8500끼의 도시락을 만든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며 "후쿠시마 피해 지역 재료는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며 "방사성 물질 오염을 이유로 자국 농산물을 반입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외교부 회장은 "식자재는 대접하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며 "후쿠시마 현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급식지원센터는 선수단 영양 관리를 위해 2008년 베이징 이후 올림픽 때마다 거의 매번 운영됐던 바, 일본의 반응은 과도한 트집잡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식 도시락을 먹는 것 또한 강제성이 없다. 선수 개인이나 팀이 원해서 신청하는 경우에만 한식 도시락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선수촌 식당을 이용한다.

미국도 32t이나 되는 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해 선수단 식사를 공급하고 있지만 일본은 미국 측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