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끝낸 외국인만 자국 국경을 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면역 장벽을 쌓겠다는 것이다. 시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한국인도 백신을 맞지 않으면 미국에 못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외국인 방문객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국가에 따라 입국을 제한하는 규제를 풀고 백신 접종자가 자유롭게 오가도록 지침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솅겐조약에 가입된 유럽 26개국과 영국, 중국, 인도 등에 최근 14일 내 머문 적이 있는 비시민권자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관광산업 등을 살리기 위해선 제한을 풀어야 하지만 델타 변이가 발목을 잡았다. 여행 재개를 위해 백신 의무 접종을 택한 배경이다.

바이든 정부는 접종을 어떤 방식으로 증명할지, 미국에서 허가하지 않은 백신 접종자도 입국을 허용할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입국 제한을 받는 국가는 아니지만 이 방안이 시행되면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시행까지는 최소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달 18~31일 미 코로나19 환자의 93.4%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 신규 환자는 지난 3일 10만3455명으로 지난달 30일 이후 나흘 만에 10만 명을 넘었다. 뉴욕은 오는 19일부터 열흘간 진행하려던 국제 오토쇼를 2년 연속 취소하기로 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몇 주간 환자가 두 배로 증가해 하루 20만 명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백신 접종자가 늘지 않으면 가을께 미국이 다시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