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지프 제조사) 등 미국 자동차 업체 ‘빅3’가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차 중 최대 절반을 전기자동차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친환경 정책의 핵심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내세웠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침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전환 가속”

미국車 빅3, 신차 절반 전기차로 채운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3개사가 백악관과 함께 5일 핵심 차종을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신차 중 40~50%를 전기차가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들 3개사가 제시한 전기차 판매 목표는 시장의 예상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지난 5~6월 기준으로 3%밖에 되지 않는다. 컨설팅 업체 엘릭스파트너스는 6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최근 세계 전기차 판매 비중이 2%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며 “2030년에는 24%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3는 업계 관측보다 두 배 높은 목표를 세운 것이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대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순수 전기차 판매 대수는 2017년 처음으로 연 10만 대를 돌파했고 2018년엔 20만 대를 넘겼다. 올 상반기에는 20만2375대가 팔리며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23만7408대) 수준에 근접했다. 투자은행 UBS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가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겠다고 답하는 등 수요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자동차 기업들은 이미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던 공장을 전기차용으로 개조하거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 공장과 관련해 GM은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포드는 SK이노베이션과 손을 잡았다. 앞서 GM은 2035년까지 미국 내에서 가솔린 경차 판매를 중단하고 전기차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드는 2030년까지 세계에 공급하는 신차 중 최소 40%를 전기차로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모회사인 스텔란티스도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하는 신차 중 40%를 배기가스 저배출 차량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최근 발표했다. 미 자동차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동차혁신연합(AAI)과 엘릭스파트너스는 2025년까지 전기차 관련 투자 규모가 3300억달러(약 376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 강화

바이든 행정부는 미 자동차 기업들에 전기차로의 전환을 압박해왔다. 기업들에 2030년까지 신차 중 최소 40%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계획을 자발적으로 수립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전기차가 미래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고 트윗하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소비자 인센티브 제공 등을 위해 예산 1740억달러를 요청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조만간 바이든 행정부가 새로운 연비 기준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기준은 평균 54.5mpg(마일/갤런)였다. 연료 1갤런(약 3.7L)을 써서 54.5마일(약 87.7㎞)을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40mpg(실제 29mpg)로 기준을 완화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준은 트럼프 전 행정부보다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연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동차 기업은 벌금을 내야 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