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야권 조직 사실상 와해…나발니는 사기죄로 복역 중

러시아 항소법원이 4일(현지시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세운 단체들을 극단주의 조직으로 인정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항소심 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러 나발니가 세운 단체들, 항소심서도 '극단주의 조직' 판결
앞서 나발니 측 변호인들은 나발니가 조직해 운영해온 비정부기구인 '반부패재단'과 그 후신 '시민권리보호재단',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인 '나발니 본부'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인정한 지난 6월 모스크바 시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었다.

출범 10년이 된 반부패재단은 그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을 숱하게 폭로해온 단체다.

특히 지난 1월 흑해 연안의 호화판 휴양 시설이 사실상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민권리보호재단은 2020년 7월 반부패재단의 법적 승계 단체로 등록됐다.

나발니가 지난 2018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며 지역 선거운동본부로 출범시킨 나발니 본부는 이후 반부패 탐사와 유력 야권 후보 선거 지원 활동 등을 하는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으로 운영돼 왔다.

모스크바 검찰청은 지난 4월 나발니 본부, 반부패재단, 시민권리보호재단 등 세 단체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모스크바 시법원에 제기했고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이 단체들이 자유주의적 구호를 내걸고 사회·정치 상황 불안정화를 위한 여건 조성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그들의 실질적 목적은 '색깔혁명'(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시민혁명) 시나리오 등을 이용해 헌법 질서 기반 변화를 위한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판결로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리보호재단은 폐쇄되고, 나발니 본부의 활동도 금지되게 됐다.

이로써 러시아의 유일한 유력 야권 운동가 나발니의 활동 조직은 사실상 와해됐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지목받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했다가 곧바로 체포됐다.

그는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3년 6개월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