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니·말레이 3파전 합의 결렬…브루나이 인사 '추대'
미얀마 "태국후보 선호"주장하며 아세안 추대 인사 '퇴짜'
3개월째 공전 '아세안 미얀마 특사', 물밑에선 무슨 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 파견하기로 한 특사 선정을 둘러싸고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3개월간 물밑에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4일 아세안 소식통을 인용, 그동안의 특사 선정을 둘러싼 갈등 상황을 전했다.

지난 4월 24일 자카르타에서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는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항이 합의됐고, 여기에 아세안 차원의 특사 임명도 포함됐다.

이후 아세안 내부적으로 논의가 진행됐지만, 한 명으로 좁혀지지는 않았다.

결국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과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이 지난 6월 초 아세안 대표단으로 미얀마에서 흘라잉 사령관을 만나 특사 후보 명단을 전달했다.

이때까지는 위라삭디 풋라꾼 전 태국 외교차관과 하산 위라주다 전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간 2파전으로 진행됐다.

미얀마 군부는 둘 중 위라삭디 전 차관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1990년대 중반 주미얀마 태국 대사를 역임한 전력도 작용했다.

태국 군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직후 6월 7~8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중국과 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 기념 특별외교장관 회의에서 군정 외교장관인 운나 마웅 르윈도 위라삭디 전 차관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레트로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이 자국 인사를 계속 밀어붙인 가운데, 말레이시아도 갑작스럽게 2000년대 유엔 미얀마 특사를 역임한 라잘리 이스마일을 특사로 선정해야 한다고 나오면서 3파전으로 전선이 커졌다.

이들 3국의 셈법은 제각각이었다고 교토 통신은 분석했다.

쿠데타 발발 이후 아세안 차원의 해법 모색을 주도해 온 인도네시아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역내 영향력 강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국의 경우, 국경 안보와 미얀마와의 경제적 관계 유지를 위해 자국이 미는 인사가 특사로 선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 소식통은 설명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로힝야 난민 및 미얀마 이주노동자들 문제와 관련해 이들 두 명이 특사가 되면 말레이시아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충칭 회의에서 특사 선정이 결론 나지 않자 한 달 여 뒤 아세안-미국 특별 장관회담 기간 아세안 장관들은 또다시 논의를 벌여 기존 3명 대신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을 특사로 '추대'한다는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정 뒤 태국과 인도네시아가 차례로 자국 인사 후보 추천을 철회하면서, 미얀마를 제외안 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는 에리완이 특사 역할을 맡고 기존 3명에게는 특사 고문 역할을 맡기자는 공감이 이뤄졌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고문단에는 차기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의 고위 외교관도 포함하도록 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가 아세안의 '최종 합의'를 퇴짜 놓으면서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으로 보인다.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1일 TV 연설에서 자신은 태국의 위라삭디 전 외교차관의 특사 선정에 동의했지만, 아세안이 새 제안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의 마르수디 외교장관은 하루 뒤 언론과 화상 회의에서 "인도네시아는 미얀마가 특사 임명에 대한 아세안의 제안을 즉시 승인하기를 희망한다"며 압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