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의 과도한 영향력,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
홍콩매체 "중국 사교육 단속 더 큰 이유는 담론과 이념 통제"

중국이 700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의 사교육 산업 단속에 나선 것은 담론과 이념을 중앙정부가 통제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지도부를 뒤흔들 내년 20차 당대회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진행하는 교육체계 재설계 작업의 일환으로 사교육에 대한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중국 당국은 의무교육(초등·중학교) 과정의 수학 등 학교 수업과 관련한 과목을 통해 사교육 기관들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기업공개(IPO) 등 자금조달도 막았다.

이는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고 가계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임으로써 낮은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는 조치로 분석됐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더 큰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 것이다.

한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특별히 사교육 분야를 겨냥한 게 아니라 교육체계 자체를 바로잡겠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론과 이념은 중앙정부가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지난 몇년간 사교육 분야가 스스로 담론을 설정해왔고 그것은 국가의 의도에 반해 굴러갔다"고 설명했다.

중국 중산층의 급성장과 보조를 맞춰 덩치를 키워온 사교육 시장은 수많은 인력을 흡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몇몇 영세 업체는 도산했지만 일부 대형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오히려 막대한 투자 유치 속 늘어난 수요에 부응해 규모가 더 커졌다.

13개 중국 사교육 기관이 중국, 홍콩,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도 사교육 시장 붐에 편승해 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중국 싱크탱크 중국세계화센터(CCG)의 먀오 루는 "중국정부는 교육이 자본과 일정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과도한 자본 투입은 사회 불평등을 재점화할 것이고 이는 중국 정부의 철학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긴급 브레이크를 당긴 것과 같다"며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자본의 포악한 경쟁은 멈추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학자는 "사교육 분야는 중산층이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자신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중국 정부는 한편으로 경제 성장을 위해 중산층에 기댈 필요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산층의 과도한 영향력이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교육 분야 단속과 달리 중국은 직업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직업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257억1천만 위안(약 4조 5천700억 원)을 직업 교육에 할당했다.

당국은 대학 입학 기회를 얻지 못한 학생들에게 직업 교육이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중산층 학부모들은 직업 학교에 관심이 없으며 사교육 단속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의 한 학부모는 "모든 부모가 자식이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해 더 좋은 교육을 받기를 원한다"며 "학교 진학 방법이 바뀌지 않았는데 사교육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CCG의 먀오 루는 중국 정부가 지금은 사교육을 단속하지만 그들을 영원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개혁개방 정책 이후 시장에 기반한 교육은 중국이 교육의 현대화와 국제화를 실현하도록 도왔다"며 "중국은 앞으로도 그들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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