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존중' 표방했지만 실천 소극적…눈앞의 이익 중시
혐한 방관한 일본 유통업계…"DHC, 판매에 별 영향 없었다"

일본 화장품 대기업 DHC가 재일(在日) 한국·조선인에 대한 혐오 감정을 조장해 지탄받았지만, 일본 내 판매량에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기업이 DHC의 움직임에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으나 전반적으로 일본 기업들이 눈앞의 이익을 중시해 비윤리적 행위를 사실상 방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전국의 슈퍼마켓 460개 점포 판매 동향을 집계하는 '닛케이(日經)POS정보'로 DHC의 판매량을 분석했더니 혐한(嫌韓) 문서 사건이 판매에 큰 변화를 준 것으로는 보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최근 1년간 점포 방문객 1천 명당 판매금액을 분석했더니 영양 보급 식품류 분야의 DHC 제품 판매량은 대부분 기간 혐한 문서 논란이 생기기 전인 작년 7월을 웃돌았다.

또 여성용 기초화장품이나 여성용 메이크업 화장품 분야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혐한 방관한 일본 유통업계…"DHC, 판매에 별 영향 없었다"

소매점들이 DHC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소극적인 대응을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트위터에서는 DHC의 혐한 문서에 대한 비판이 하루 10만 건이 넘을 때도 있었지만 DHC의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들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소매업계의 한 대기업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업무를 맡은 담당자는 "우리만 눈에 띄는 행동을 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이 기업은 작년 가을 제정한 인권 방침에 관해 "거래처 등에 사업 파트너에게 이해를 촉구한다"고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으나 실천에 옮기지 않은 셈이다.

거래처가 인권 침해에 가담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그룹에 속한 기업의 간부는 DHC 문제에 관해 사내 논의가 있었지만, 매출액이 커서 고민스러웠다고 밝혔다.

주요 기업 가운데 그나마 행동에 나선 것이 이온이었다.

DHC는 이온이 인권에 관한 기본 방침을 근거로 혐한 문서를 문제 삼자 '잘못을 인정하며 해당 발언을 철회한다', '앞으로 마찬가지 행위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혐한 방관한 일본 유통업계…"DHC, 판매에 별 영향 없었다"

하지만 이온은 DHC의 이런 입장 표명에 따라 결국 거래를 계속하기로 했다.

결국 DHC의 비윤리적인 행위가 많은 지탄을 받았지만, 눈앞의 이해관계를 우선한 기업들이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DHC의 사건은 일본 기업들이 내건 인권 존중이라는 가치가 허울뿐이라는 지적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DHC는 "산토리 광고에 기용된 탤런트는 어찌 된 일인지 거의 전원이 코리안(한국·조선인)계 일본인이다.

그 때문에 인터넷에서 존토리라고 야유받는 것 같다.

DHC는 기용 탤런트를 비롯해 전부가 순수한 일본 기업이다"라며 재일 한국·조선인을 비하하는 요시다 회장의 글을 작년 11월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후 인터넷에서 불매 촉구 글이 이어지고 논란이 커지자 DHC는 공개 사과 없이 슬그머니 문제의 게시물을 삭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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