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가들 "2년 뒤 총선 실시 가능성 적어…이전 쿠데타 땐 거의 30년만에 선거 치러져"
총선 치러도 군부 유리한 조건 '태국 모델' 따라하기?…'수치 정당' 참여 막을 가능성도
총선 미루고 쿠데타 수장 총리로…"미얀마 군부 장기집권 야욕"

쿠데타로 문민정부를 몰아내고 권력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장기 집권'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가동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로 반년이 지난 쿠데타 사태가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일 미얀마 나우와 해외 언론 등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전날 쿠데타 6개월을 맞아 한 TV연설을 통해 "2023년 8월까지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반드시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군부의 비상통치 기간을 쿠데타 직후 발표한 1년에서 최소 2년 6개월로 연장할 것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는 별도 성명을 내고 자신들을 과도 정부로 칭하고, 흘라잉 사령관이 총리를 맡게 됐다고 발표했다.

군부가 이번 '약속 파기'는 일찌감치 예상됐다.

2월1일 쿠데타 직후에는 비상사태가 1년이라면서, 그 이후 바로 총선을 치를 것처럼 말했지만 두 달여가 지난 뒤 군부는 본색을 드러냈었다.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4월 초 기자회견에서 "총선은 2년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쿠데타 6개월째를 맞아 군부는 그 기간을 다시 늘렸다.

군사정권 대변인도, 흘라잉 사령관도 모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미얀마 전문가들은 군사 정권이 그들 약속대로 총선을 2023년 8월 내에 치를 지도 불확실하거니와, 설사 선거를 치른다고 하더라도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양곤의 선거감시 단체인 '혼빌 오거니제이션'의 챈 리안 이사는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총선이 향후 2년 이내에 치러질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서는 쿠데타가 일어난 지 거의 30년이 지나서야 선거가 실시됐다"고 말했다.

1962년 네 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미얀마를 군사정권 독재의 수렁으로 끌어들인 뒤 1990년에야 첫 총선이 치러진 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총선 날짜가 발표돼야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안 이사는 또 총선이 치러진다고 해도 참여 정당이 매우 소수일 것으로 전망했다.

샨주의 야당인 샨민주주의민족동맹(SNLD)의 사이 뉜 르윈 부대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르윈 부대표는 방송에 "흘라잉이 한 말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총선이 끝난 뒤 의회가 구성되지도 않았고, 2010년에 총선이 실시됐을 때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과 SNLD를 포함해 주요 정당 지도자들이 감옥에 있었다.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1990년 총선에서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이끌던 NLD가 압승을 거뒀지만, 군정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0년에는 당시 군부가 유죄를 선고받았던 사람은 총선에 참가할 수 없도록 새 선거법을 들고나오자, NLD가 이에 반발해 총선 불참을 선언했고 결국 군사정권이 압승을 거뒀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의 미얀마 분석가 허브 르메이어는 군부가 말하는 '공정한 선거'는 대중적 인기로 선거에서 계속 승리해 온 NLD가 공정한 기회를 얻느냐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르메이어를 비롯한 외부 미얀마 전문가들은 군부가 NLD의 선거 참여를 금지하기 위한 핑계로 NLD 지도급 인사들에 대해 법적 처벌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 있다.

총선 미루고 쿠데타 수장 총리로…"미얀마 군부 장기집권 야욕"

수치 고문의 경우에도 각종 범죄 혐의가 계속 추가되면서 수십 년의 징역형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르메이어는 "흘라잉 사령관이 태국의 경험에서 배우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던 점과 쁘라윳 짠오차 총리와 흘라잉 사령관 사이의 관계를 고려하면 다음 선거가 군부에 매우 유리할 것이라고, 그리고 NLD 또는 NLD에서 파생한 정당의 선거 참여를 못 하게 할 정황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쁘라윳 총리는 2014년 육군참모총장 시절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으며, 이후 과도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됐다.

이후 2017년 군부에 유리한 내용으로 헌법을 만든 뒤 2019년 총선을 통해 재집권했다.

야당 등은 태국 군부에 유리한 헌법에 따라 실시된 총선은 공정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소수 정당이 선거에서 선수로 뛴다 하더라도 NLD가 완전히 참여하지 않는 선거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미얀마 정치를 관찰해 온 한 분석가는 익명을 전제로 미얀마 나우에 흘라잉 사령관의 메시지와 군정 발표는 장기 집권을 위한 군부의 계획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분석가는 "군부가 정부의 형태를 띠고 장기간 권력을 쥐려고 하는 게 너무나 확실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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