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稅부담이 경쟁력 떨어뜨려
외국기업에 기술 넘어갈 가능성"
백신 공급 성과 앞세워 설득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등 미국 대형 제약업체들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을 막기 위해 미 의회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억달러에 이르는 추가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해 뭉친 이들 제약사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백신을 대규모로 공급한 자신들의 공로를 내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제약업계 경영진, 로비스트 등이 회사의 수익에 위협이 되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에 맞서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히 공급한 제약업계에 세금을 인상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비롯한 130개국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등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설정하고 2023년부터 시행하는 데 합의했다. 빅테크들도 이 같은 방침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지만 최근 제약사들이 추가 비용 상승을 우려하며 ‘조용한 저항’에 나선 것이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전 세계를 무대로 영업 활동을 하는 제약업체에 치명적이다. 제약사들은 빅테크와 마찬가지로 연구개발에 많은 비용을 쏟아부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법인을 두는 경우가 많아서다.

제약사들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도입되면 매년 수억달러의 추가 부담을 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같은 조치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제약사들이 외국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앤드존슨 세무 관계자는 “(최저 법인세율 도입으로) 제약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사들은 최저 법인세율을 반대하기 위해 코로나19 사태에서 제약사들이 세운 공로를 내세우고 있다. 이번 로비 활동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WSJ에 “로비스트들은 제약업계가 코로나19 사태에서 해낸 역할을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 대변인은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드러났듯 연구개발에 대한 제약업계의 대규모 투자는 인류 건강에 기초가 된다”며 “만약 이번 세금 변화로 인해 연구 관련 지출이 줄어든다면 새로운 백신, 의약품 개발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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