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시장 소멸 '핵폭탄'급 조치… 기술주·부동산·바이오 등 공포 매도
'마윈 설화' 사태 후 민영기업 규제 거침 없어져…체제 도전 요인 의식
증시 공포로 몰아넣은 중국…"규제 넘어 산업전체 죽일 수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정점으로 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중국 기업에 '베팅'한 세계 자본시장 투자자들을 공포로 밀어 넣고 있다.

중국 당국이 앞서 알리바바에게 그랬던 것처럼 거액의 벌금을 매기는 통상의 규제 수준을 넘어 굴지 기업은 물론 거대 산업 하나를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 있다는 공포감이 확산하면서 미국과 중국 증시에서 기술·교육·바이오주 등의 '공포 매도'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주가 대거 상장한 홍콩증권거래소를 대표하는 항셍지수는 전날 4%대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4.22% 대폭락해 25,086.43으로 거래를 마쳐 작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장중 항셍지수는 5%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이날 하락 폭은 2020년 5월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컸다.

중국 본토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도 각각 2.49%, 3.67% 급락하면서 폭락 흐름이 이틀 연속 이어졌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도 알리바바(-7.15%), 핀둬둬(-8.84%) 등 많은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금주 본격화한 중국 기업들의 주가 폭락 사태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주말인 지난 24일 나온 중국 정부의 사교육 초강력 규제 조치였다.

앞서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사교육 시장을 크게 제약하는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고 관련주들의 주가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실제 나온 발표는 시장의 전망을 훨씬 뛰어넘는 '핵폭탄'급이었다.

사교육 기업의 영리 추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길까지 완전히 틀어막은 조치로 1천2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의 거대한 사교육 시장이 사실상 초토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급속히 대두했다.

미국과 중국 증시에서 투자자들은 공포 속에서 신둥팡교육(新東方敎育교육) 등 중국 사교육 기업 주식을 투매했다.

신둥팡교육은 지난 금요일과 월요일 홍콩 증시에서 이틀 연속 40%대 폭락한 데 이어 27일도 10% 가까이 추가 하락하면서 사실상 '휴짓조각'이 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셜 미디어에서 유출된 (사교육 규제) 문건이 돌면서 이미 지난주 금요일 홍콩과 미국 증시에서 그 섹터는 피바다(bloodbath)가 됐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馬雲)의 공개 정부 비판 이후 중국 정부는 대형 인터넷 기업을 중심으로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민영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였다.

이후 중국 당국의 규제가 나올 때마다 관련 산업 주가가 출렁이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이번 교육주 폭락 사태를 계기로 시장의 인식이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전에는 중국 당국의 규제가 일부 대상 업계와 업체를 '길들이기'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아예 대상 업체와 산업을 송두리째 소멸시킬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급속히 형성된 것이다.

비록 이번 사태가 사교육 섹터에서 시작됐지만 공포 심리는 중국 당국의 규제 위험이 큰 것으로 여겨지는 기술·바이오·부동산 등 전 분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날도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의 대형 기술주들 주가 동향을 반영하는 항셍테크지수는 7.97%나 폭락해 업종 동향을 두루 반영하는 항셍지수보다 하락폭이 훨씬 컸다.

마윈의 '설화'(舌禍) 사건'을 계기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 오랜 기간 나름대로 유지된 중국 공산당과 민영 경제 부문 간의 긴장과 균형이 일거에 무너지고 관(官)이 시장을 거칠게 압도하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는 추세다.

미국과 중국 증시에 상장한 자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는 세계 자본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지만 마윈이 지배하는 앤트그룹 상장 중단을 지시한 이후부터 중국 당국은 더는 외부 세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거침 없는 태도를 보인다.

중국 안팎에서는 마윈의 '공개 도전'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이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한 민영경제 부문이 사회주의 체제에 중대 위협 요인이 된다고 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섰기에 빅테크를 비롯한 민간 기업에 대한 강경 태도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이 밍 화천자산관리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 통신에 "과거 시장은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한 정상적 규제를 기대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필요하다면 심지어 한 산업 전체나 일부 선도 기업을 죽여버리는 것도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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