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공격적인 ‘반독점 전쟁’에 세계 최대 보험 중개회사 탄생이 무산됐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세계 2위 보험 중개회사 에이온은 3위 윌리스타워스왓슨을 300억달러(약 34조7000억원)에 인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미 법무부가 지난달 “두 회사가 합병하면 경쟁 감소로 서비스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며 연방법원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지 한 달 만에 ‘백기’를 든 것이다.

그레그 케이스 에이온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 법무부 때문에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부 입장은 우리의 상호보완적 비즈니스가 경제의 광범위하고 경쟁적인 영역에 걸쳐 작동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케이스 CEO는 “법정 소송을 벌였다면 승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도 소송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합병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 무산에 따라 에이온은 윌리스타워스왓슨에 10억달러의 파기 수수료를 물어주게 됐다.

반면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성명에서 “경쟁과 미국 기업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전국에 있는 그들의 고객 직원 은퇴자들의 승리”라며 두 회사의 합병 철회 결정을 환영했다.

영국계 기업인 에이온과 윌리스타워스왓슨이 합병하면 업계 1위인 마시&매클레넌을 넘어 세계 최대 보험 중개회사가 될 수 있었다. 에이온과 윌리스타워스왓슨은 2019년 매출 기준으로 각각 세계 2, 3위 보험 중개사로 지난해 3월 합병 계획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기업들의 보험 구매, 위험 관리, 종업원 건강보험 및 복지 패키지에 대한 자문 등을 통해 수수료를 받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병 무산을 바이든 대통령이 반독점 드라이브를 통해 거둔 첫 번째 승리라고 평가했다. 법무부는 지난 1년간 조사를 거쳐 지난달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대형 반독점 조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쟁 촉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대대적인 ‘반독점 전쟁’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법무부 반독점 국장에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싸워온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리나 칸 컬럼비아대 교수를 임명했다. 경쟁 촉진과 독점 제한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