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수사 담당 검사 해임에 항의 시위…검사는 망명 택해
과테말라서 내몰린 '반부패 전사'…시위대·미 정부 반발
과테말라에서 부패 수사를 담당하던 검사가 돌연 해임된 뒤 망명을 택하자 과테말라 안팎에서 정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4일(현지시간) 과테말라시티의 대통령궁 밖에서는 1천 명가량의 시위대가 알레한드로 잠마테이 대통령과 마리아 콘수엘로 포라스 검찰총장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AFP·로이터통신이 25일 보도했다.

포라스 총장이 23일 반(反)부패·반불처벌 특별검사 수사를 이끌던 후안 프란시스코 산도발 검사를 해임한 데 반발해 벌어진 시위였다.

산도발 검사는 과거 유엔 반부패 기구와 함께 오토 페레스 몰리나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부패 수사를 이끈 인물로, 지난 2월 미 국무부로부터 전 세계 '반부패 챔피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라스 총장은 산도발 검사의 "지속적인 권한 남용과 잦은 규정 위반" 등이 해임 사유라고 밝혔으나, 정권을 향한 반부패 수사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산도발 검사는 앞서 포라스 총장이 자신의 동의 없이 잠마테이 정권을 수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해임되고 얼마 후인 24일 새벽 산도발 검사는 "목숨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육로 국경으로 과테말라를 떠났다.

산도발 검사의 해임과 망명은 곧바로 미국 정부의 반발을 불러왔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들의 고질적인 부패가 불법이민 문제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이들 정부에 부패 척결을 압박해 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5일 트위터에 "우리는 과테말라 국민, 산도발 검사와 함께한다"며 "그의 해임은 법치주의를 약화하고 불처벌의 힘을 키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미 반부패·반불처벌 센터(CCINOC)도 성명을 내고 산도발을 파면한 것은 "중미 지역 부패와의 싸움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과테말라 최대 농민단체는 항의의 뜻으로 26일 총파업 시위를 선언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