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어섰지만 미국과 유럽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서다. 백신 미접종자들의 인명 피해가 커졌지만 접종률은 제자리걸음이다. 높아진 피로감에 방역 지침을 강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기준 확진자는 6만4317명, 사망자는 283명 늘었다. 열흘 전인 13일 3만2000명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사망자는 1주일 만에 50% 가까이 증가했다.

존스홉킨스대 등은 이날 하루 확진자가 11만8791명 늘었다고 집계했다. 일각에선 2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환자가 10만 명을 넘었다고 했다. 하지만 24일 확진자가 2만7395명으로 급감해 일부 누적치 등이 선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하루 8만1732명이 확진됐다고 했다.

미국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56.6%다. 최근 1주일 평균 신규 접종자는 35만 명 정도다. 이달 초 100만 명을 넘었던 것을 고려하면 접종 열기는 완전히 식었다.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응급실 병상이 포화상태에 임박했다. 하지만 접종률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마스크 착용 지침을 부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그런데도 CDC는 마스크 지침을 바꾸지 않고 있다. 대신 백신 접종을 늘리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게도 백신을 맞히고 면역이 떨어진 환자에게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보건당국은 이를 위해 화이자 백신 2억 회분을 추가 확보했다.

유럽에서도 환자가 급증했다. 프랑스 신규 환자는 2만5624명으로 5월 5일 후 최대로 치솟았다. 터키에서도 1만2381명이 확진돼 5월 중순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아시아 상황도 심각하다. 베트남은 신규 환자가 8000명에 육박하는 등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자 호찌민 지역 봉쇄를 다음달 1일까지 연장했다. 일본에서도 24일 3574명이 확진됐고 8명이 숨졌다.

방역 대응을 강화하려는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프랑스 파리, 마르세유 등에선 11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호주에선 뉴사우스웨일스주 등의 봉쇄령에 반발한 시민들이 집회를 벌여 60여 명이 체포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