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백신 덕에 치명률 떨어져 자신감
백악관 "마스크 착용, 개인의 선택"

조재길 뉴욕특파원
美 확진자 2주 새 2.7배 늘었지만…그래도 마스크 벗어던지는 뉴욕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대표적 관광지인 타임스스퀘어.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을 보기가 어려웠다. 인근에 들어선 간이 백신 접종소를 제외하고는 거의 팬데믹 이전 모습 그대로였다. 콜롬비아에서 단기 체류 목적으로 왔다는 소피아 씨는 “어제 도착하자마자 관광객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백신을 맞았다”며 “뉴욕 거리엔 코로나19가 아예 없는 것 같아 놀랍다”고 했다.

타임스스퀘어의 관광객 수도 급증세다. 타임스스퀘어관리협회에 따르면 이곳을 도보로 여행한 사람은 지난달 하루 평균 16만954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2배 늘어난 수치다.

시내 접종소마다 관광객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관광객은 여권만 제시하면 한 번 접종으로 항체 형성이 가능한 얀센 백신을 바로 맞을 수 있다. 접종 확인서와 함께 자유의 여신상 입장권 등 다양한 선물도 덤으로 받는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률은 크게 낮아졌다. 올해 초만 해도 하루 3000여 명에 달했던 사망자 수는 요즘엔 3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 중 상당수는 기저 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이라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광범위한 백신 배포 덕분이다.

백악관과 보건당국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마스크 착용 완화 지침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셸 월런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개인 선택으로 마스크를 쓸 수 있지만 종전 지침에 변화는 없다”고 했다. 앞서 CDC는 지난 5월 “백신 접종자는 더 이상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은 상당히 사라졌지만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규 확진자 수는 5만2032명으로, 지난 5월 3일 후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섰다. 뉴욕타임스가 집계한 지난 7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4만1310명으로 2주 전에 비해 2.71배 증가했다. 로스앤젤레스(LA)카운티에서만 하루 2551명의 확진자가 새로 보고됐는데, 이는 한 달 만에 20배 뛴 수치다. 이에 따라 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는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들에 대해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사실상 권고했다.

일부 지역에선 마스크 착용 규제를 다시 내놓고 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육청은 다음달 30일 시작되는 새 학기부터 교내에서 마스크를 꼭 쓰고, 거리두기도 지켜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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