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가 ‘월스트리트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회장에 대규모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했다. 이번 스톡옵션 행사 가능 시기인 2026년까지 다이먼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아달라는 JP모간의 속뜻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JP모간 이사회는 다이먼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을 최근 승인했다. 다이먼이 이번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JP모간 체이스 150만주를 확보할 수 있다. 이 스톡옵션의 현재가치는 5000만달러(약 576억원)다. 최종 차익은 다이먼이 실제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매각할 때 주가와 행사가격의 차이로 결정나게 된다.

단 스톡옵션 행사 기간은 5년 뒤인 2026년이고 매각 가능 시기는 2031년이다. 최단 2026년까지는 다이먼이 JP모간에서 일해야 스톡옵션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WSJ는 이번 스톡옵션 부여의 의미를 “회사 내부와 업계에 ‘다이먼은 앞으로 수년 간 JP모간을 떠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올해 65세인 다이먼은 2005년부터 JP모간의 CEO로 일하며 ‘월가의 황제’로 군림해 왔다. 월가의 최장수 CEO 중 하나기도 하다. 경영 실적을 인정받으며 다이먼은 재직하는 동안 거액의 보상을 받아왔다. 그가 지난해 수령한 보상은 3150만달러(약 362억원)다. 다이먼은 2008년에도 스톡옵션을 받았다. 현재까지 그가 수령했지만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을 주식 수로 환산하면 830만주 이상이다.

월가에서 다이먼의 거취는 최고의 관심사 중 하나다. 다이먼은 지난해 3월 심장수술을 받고 복귀했고 같은해 5월 JP모간은 51세 여성 임원인 메리앤 레이크와 제니퍼 핍스잭을 소비자·커뮤니티 금융 부문의 공동 CEO로 임명했다. 당시 월가에서는 레이크와 핍스잭이 다이먼의 후계자 후보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다이먼이 정계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이먼이 새 정부에서 주요 직책을 맡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JP모간은 다이먼이 선출직이든 비선출직이든 관료가 될 경우에는 이번 스톡옵션 행사에 재직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단서도 달아두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