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업들이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창작자를 끌어들이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창작자에게 콘텐츠 유료 구독 서비스를 제안하는 한편 별도 포상금까지 내걸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에서 많은 팔로어를 거느리며 영향력을 확보한 사람(인플루언서)이 콘텐츠를 활용해 직접 수익을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창작자 경제)’ 시대에 맞춘 행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젊은 층이 활발하게 콘텐츠를 올리도록 독려해야 플랫폼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사업적인 이유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누구나 돈 벌 수 있다” 지원 나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키우는 플랫폼 기업들
미국 소셜미디어 텀블러는 아마추어 창작자라도 유료 콘텐츠를 제작해 구독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포스트플러스(포스트+)를 도입하겠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월 구독료는 최소 3.99달러에서 최대 9.99달러로, 올가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텀블러는 구독료의 5%를 플랫폼 수수료로 받기로 했다. 텀블러는 북미 지역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는 SNS다.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게시물이 하루평균 1100만 개씩 올라온다.

텀블러가 유료 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는 더 많은 양질의 콘텐츠가 올라오도록 독려해 플랫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회사 측은 “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는 세계 5000만 명이 자신을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창작자로 여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플랫폼의 핵심 이용자인 MZ세대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미 콘텐츠 창작자를 플랫폼에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텀블러에 앞서 트위터는 지난달부터 유료 구독 서비스인 슈퍼팔로우 시행에 들어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일정 기준을 충족한 콘텐츠를 올린 창작자에게 내년 말까지 총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튜브는 자사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쇼츠’에 콘텐츠를 올리는 이용자를 후원하기 위해 1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펀드와는 별개로 유튜브는 최근 3년 동안 유튜버들에게 300억달러를 지급했다. 미 메신저 서비스 스냅챗도 지난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1억3000만달러를 줬다. 중국의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은 3년 동안 창작자들에게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몰리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미 실리콘밸리 투자자 사이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주요 관심 사업으로 떠올랐다. 올 들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유치한 투자금은 13억달러로, 작년의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적극적으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유료화를 접목한 스타트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 유명 인사가 이용자들을 위한 맞춤형 유료 콘텐츠를 제작하도록 중개하는 카메오, 예술가 등이 팬으로부터 직접 후원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패트리온 등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16년 설립된 영국 온리팬스도 다른 플랫폼처럼 콘텐츠 창작자가 월 구독료를 받는 사업모델을 도입해 세계에서 1억2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이후 온리팬스에 성인물이 범람하면서 창업자인 팀 스토클리는 “자체 제작 성인물의 왕국을 세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 생태계를 위협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패트리온 온리팬스 등은 앱을 만들지 않고 웹 기반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최고 요율이 30%인 인앱결제 수수료를 절감해 창작자들에게 더 큰 보상을 제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creator economy(창작자 경제).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제작자(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산업. 유료 구독서비스, 이용자 맞춤형 콘텐츠 제작 등을 통해 창작자가 직접적인 이익을 창출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