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임기(4년)가 내년 2월로 다가온 가운데 교체 여부를 놓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민에 빠졌다. 파월 의장이 정치권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여성 등 새 얼굴을 내세우라는 요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로선 2018년 2월 5일 임기를 시작한 파월 의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가 이달 초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명 중 3명 넘게 파월 의장의 연임을 예상했다. 로이터통신 조사에선 응답자의 90% 이상이 연임 가능성을 점쳤다.

파월 의장이 통화팽창 정책을 통해 경기 회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데다 팬데믹 상황에서 ‘정책 수장’을 교체하는 데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수차례 대립각을 세웠던 파월이 바이든 대통령과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점도 유리한 부분이다.

행정부 내 여론도 나쁘지 않다. Fed 의장 인선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전 Fed 의장)은 최근 “Fed가 잘해왔다”고 파월을 치켜세웠다. 다만 연임과 관련해선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파월의 약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공화당원이란 것이다. 더구나 Fed 내 6명의 이사 중 민주당 소속은 여성인 레이얼 브레이너드뿐이다. 새로 정권을 잡은 민주당은 파월 연임이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민주당 내 강성으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파월 의장이 은행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새 얼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점도 부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 카드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브레이너드 이사가 ‘0순위’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브레이너드는 바이든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막판까지 거론됐던 인물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부 관료로 일하기도 했다. WSJ는 “브레이너드는 (민주당이 원하는) 은행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의 후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선 Fed 수장이 바뀌어도 통화정책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월과 브레이너드 모두 전형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파월의 연임 여부는 이르면 오는 9월께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