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증거 찾지 못해…파키스탄 명예 실추 의도"
파키스탄 내무장관 "아프간 대사 딸 납치 사건은 음모"
파키스탄 내무부 장관이 최근 발생한 자국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 딸 납치·폭행 의혹 사건과 관련해 "증거가 없으며 파키스탄을 중상하려는 음모"라고 밝혔다.

21일 익스프레스트리뷴 등 파키스탄 언론에 따르면 셰이크 라시드 파키스탄 내무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라시드 장관은 "납치 사건은 없었다"며 "수사관들이 폐쇄회로TV(CCTV) 300개에서 700시간에 달하는 영상을 살펴봤고 200대의 택시를 수색했지만 납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대사 딸의 주장과 우리의 조사 결과에 큰 차이가 있을지라도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 직후 파키스탄 외무부는 대사 딸이 그녀의 차량에서 공격받았다고 밝혔는데, 내무부 장관이 자체 조사 후 이런 종전 자국 정부의 입장을 뒤집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앞서 아프간 외무부는 주파키스탄 아프간 대사의 딸인 실실라 알리힐(26)이 지난 16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집으로 가는 도중 납치돼 심각한 폭행을 당한 뒤 풀려났다고 주장했다.

병원 기록에 따르면 알리힐은 약 5시간 동안 납치됐고 경찰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힐은 머리를 맞았고 손목과 다리에서는 밧줄 자국이 발견됐으며 뼈가 여러 군데 부러진 것으로 의심된다는 판정도 받았다.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는 사건 직후 카불 주재 파키스탄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고 범죄자 처벌 조치를 요구하면서 파키스탄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 18일에는 파키스탄 주재 자국 대사를 안전상의 이유로 불러들였다.

그간 아프간 정부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상당히 경색된 상황이었다.

아프간 정부는 파키스탄이 이슬람 무장조직 아프간 탈레반을 지원하며 은신처를 제공한다고 비난해왔다.

특히 최근 미군 철수로 아프간에 혼란이 커지면서 아프간 정부는 파키스탄이 자국 내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파키스탄은 아프간이 반파키스탄 단체인 파키스탄 탈레반과 분리주의 운동을 하는 발루치스탄해방군(BLA)을 숨겨준다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