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에 지난 5월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전력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베이징 등 주요 도시들은 피크 타임에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등 '블랙 아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수도 베이징과 산시성 성도인 시안은 최근 전기를 많이 쓰는 사업장 등에 일시적으로 전기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순간적인 과부하로 전체 전력망이 다운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베이징에선 폭우가 내린 지난 12일 산업단지에 30분 동안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또 산업단지 주변 지역에는 약 11시간 동안 산발적으로 전기를 차단했다. 시안에서는 전기자동차 차주들에게 피크타임에는 충전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온 35도 이상이 일정 시간 지속된 지역에는 전력 수요 폭증에 대비해 전기 공급을 간헐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중국 최대 전력망 국유기업인 국가전망(電網)은 지난 14일 하루 전국의 전력 사용량이 역대 최대인 271억8700만㎾h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작년 여름 최고치보다는 10%, 올 초 한파에서 나온 겨울 최고치보다는 4.7% 높은 소비량이다.

전 세계에서 이상고온 현상으로 전기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중국에선 공장 가동률까지 높게 유지되면서 전력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올 초 남부 가뭄으로 인한 수력발전량 감소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력발전소가 몰려있는 진사강의 유량은 작년의 80% 수준으로 내려갔다.

공장이 몰려 있는 광둥성을 비롯해 윈난성, 저장성 등 9개 성에서 전력 배급제 등 비상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광둥성정부는 지난 5월 성 전역에 전력 소비 제한 조치를 발령했다. 기업들은 별도의 지령이 없는 한 올해 말까지 오후 피크타임에 공장 가동을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 광저우, 둥관, 푸산 등 주요 도시에선 공장들이 번갈아서 4일 돌리고 3일 쉬는 '돌려쓰기'까지 하고 있다.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중국에선 호주산 석탄 수입 제한 여파로 석탄 가격까지 치솟고 있다. 발전용 석탄 가격은 19일 기준 t당 921위안으로 작년 같은 시점보다 70% 이상 올랐다. 중국은 석탄 수입의 60%를 호주에 의존해 왔지만 최근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주장하는 호주에 대한 경제 보복의 일환으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했다. 향후 가격이 더 뛸 것으로 예상한 유통업자들이 석탄 재고를 쌓아두자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국가 비축분 1000만t 방출을 결정하기도 했다.

중국의 전력난이 지속되면 불안정한 경기 회복 국면에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제조업과 건설업이 연간 전력 사용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