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내 권력도 약화…부패 혐의로 최대 징역 30년형 위기
'부녀 대통령' 꿈 또 물거품…페루 후지모리 세번째 결선 석패
게이코 후지모리(46)의 세 번째 페루 대권 도전도 실패였다.

19일(현지시간) 페루 선거당국은 후지모리가 좌파 후보 페드로 카스티요(51)에 불과 4만4천표 차로 패한 지난달 6일 대선 결과를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2011년, 2016년 대선에 이은 세 번째 결선 패배이고, 2016년에 이어 연속으로 5만 표 미만의 간발의 차로 마신 고배다.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개표 결과를 뒤집으려던 필사적인 시도도 결국 무위로 돌아갔다.

1990∼2000년 집권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장녀인 게이코에겐 언제나 아버지의 빛과 그늘이 함께 따라다녔다.

아버지 재임 중 미국 유학을 간 그는 부모가 갈라선 후 1994년 페루로 돌아와 미주 최연소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다.

2000년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축출된 후엔 아버지가 있던 일본을 거쳐 다시 미국으로 갔고, 거기서 학업을 이어가며 결혼도 했다.

다시 페루로 돌아온 것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2005년 칠레에서 체포된 후였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복귀를 바랐던 지지자들의 응원 속에 게이코는 2006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어 보수 신당 민중권력당을 창당한 후 2011년 대선에서 페루 첫 여자 대통령이자 부녀 대통령에 도전했다.

아버지 후광 속에 출마 선언 직후부터 유력 후보로 꼽혀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이어진 결선에선 좌파 오얀타 우말라 전 대통령에게 2.7%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독재자의 딸'을 향한 반감을 채 꺾지 못하고 패했으나, 가능성을 보여준 첫 도전이었다.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선 그가 이끄는 민중권력당이 원내 제2당으로 부상했다.

'부녀 대통령' 꿈 또 물거품…페루 후지모리 세번째 결선 석패
게이코는 곧바로 다음 대선을 준비했다.

2016년 대선에선 5년 전보다 더 유력한 후보로 성장했고, 1차 투표에서 2위에 20%포인트 앞서며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당선이 유력해 보였지만, 이번에도 반(反)후지모리의 벽은 높았다.

결선에서 중도우파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에게 불과 0.24%포인트 차이로 패했다.

두 번째 분루를 삼켜야 했지만, 국회 의석 130석 중 73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의 대표로서 거물급 정치인이 됐다.

차기를 노리던 그는 2018년 부패 혐의로 체포되며 큰 위기를 맞았다.

2011년 대선 출마 당시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가 1년 반 가까이 교도소를 오가는 동안 민중권력당은 선거에서 참패해 국회 의석이 14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뤄진 세 번째 대선 도전은 이전 두 번 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더는 신선한 후보도, 유력한 후보도 아니었고 여론조사에선 지지도보다 비호감도가 훨씬 높았다.

대선 1차 투표에선 저력을 발휘해 2위를 차지하며 세 번째 결선 진출엔 성공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부녀 대통령의 역사를 만드는 것도, 대통령 면책특권을 확보하는 것도 실패한 게이코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검찰의 부패 수사다.

검찰은 대선 전 그를 기소하며 30년 형을 구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인륜범죄 등으로 25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아버지 후지모리 전 대통령 역시 사면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