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80세가 넘는 노인들"이라며 방역 강화를 꺼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때 보리스 총리의 최측근이 밝힌 폭탄 발언이다. 다만 그는 발언에 대한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수석 보좌관은 19일(현지시간) 사임 후 첫 인터뷰로 BBC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말 보리스 전 총리가 "고령층 때문에 경제를 망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부 고령층 감염으로 경제 피해를 입힐 수 없다며 당시 두 번째 락다운(봉쇄) 조치를 망설였다는 주장이다.

보리스 총리가 '노인 비하성 발언'도 했다고 밝혔다. 커밍스 전 수석 보좌관에 따르면 보리스 총리는 "노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더 오래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평균 수명 이상인 점을 농담식으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전 수석 보좌관 도미닉 커밍스 / 사진=EPA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전 수석 보좌관 도미닉 커밍스 / 사진=EPA
지난해 팬데믹 초기 당시 보리스 총리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면하려 했었다고도 밝혔다. 총리실에 자가격리를 하는 직원이 있어 감염 우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고령(93세)의 여왕을 계속 만나려 했었다는 것이다.

커밍스 전 수석 보좌관에 따르면 보리스 총리는 "매주 수요일 여왕과 주례회동을 하는 게 나의 업무"라며 "여왕을 보러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커밍스 전 수석 보좌관이 "만약 여왕이 코로나19에 걸려 사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말리면서 대면 만남이 중단됐다고 한다. 커밍스 전 수석 보좌관은 "보리스 총리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커밍스 전 수석 보좌관의 폭로를 전한 BBC는 그의 주장이 '폭탄급 발언'이라면서도 그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점도 덧붙였다.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은 지난해 3월 1차 코로나 봉쇄령이 시작된 지 나흘 만에 차를 몰고 고향 집으로 향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총리실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패하고 물러난 이후 영국 내각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